14년 전 고등학생 남학생이 네이버 질의응답 서비스 '지식인'에 올린 고민 질문과 당시 여학생이 남긴 답변이 뒤늦게 화제가 되면서 누리꾼들에게 훈훈함을 안기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4일, 지식인에는 "고2 남자인데요. 삶이 참 재미없고 지루해요"라고 시작하는 누리꾼 A씨의 고민 글이 올라왔다. A씨는 "친구들은 잘 놀고 하는 거 같은데 전 왜인지 잘 안되네요"라며 "한 가지에 집중할 만한 것도 없고, 무엇을 해야 할까, 왜 살까, 뭘 하고 싶은지조차 스스로 알 수 없는 게 한심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인생 재밌게 사는 법 없나요? 인생을 재밌게 바꾸고 싶어요"라고 조언을 구했다.
이틀 뒤인 2007년 7월 6일, 자신을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라고 소개한 누리꾼은 A씨에게 장문의 답변을 남겼다.
여학생은 "나도 인생 재밌게 살려고 별 쇼 다 해봤으나 진짜 재밌는 건 없더라고요. 인생에서 재밌는 거 찾는 거란 쓰레기 안에서 황금 찾기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재미 느껴보려고 공부도 매진해서 100등 올려봤는데 이것도 잠깐 재밌고, 남자친구 생겨도 잠깐 재밌고 헤어지면 공허감만 더 크다"라며 "고2 때는 너무 재미없어서 친구들도 안 사귀고 혼자 무념에 빠져서 학교에 다녔는데 재미보단 심심함이 더 컸다. 인생이 뭐 이렇죠"라고 했다.
이어 "재미를 느끼려면 오후 8시~10시에 근처 공원에 운동복같이 편한 옷 입고 MP3로 노래 들으면서 산책하면 기분 좋다. 다만 사람이 많아야 한다"라며 "친구 있으면 재밌지만 다 허접하다. 근데 재밌으려고 공부는 절대 하지 말고, TV 보면서 시간 보내지 마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삶이 지겹고 외로우면 그냥 그 자체로 즐겨라. 진짜 필요한 친구 1명만 사귀고 다 버려라. 친구들과 잘 놀고 싶으면 무조건 웃어라"라며 "고독을 즐겨라. 고독 즐기는 것만큼 재밌는 건 없다고 본다. 쓸쓸하면 쪽지 해라. 즐겁게는 못 해줘도 한풀이는 해주겠다"고 덧붙였다.
이후 A씨는 지난 7일, 14년 만에 이 답변을 채택했다. 어느덧 32세가 된 A씨는 "죄송하네요. 질문을 남기고 지금 처음 봤어요. 답변 감사합니다. 지금 봐도 좋은 답변이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와 함께 감사 선물로 네이버 포인트 1만 점도 보냈다.
다음 날인 8일 답변자도 응답했다. 성인이 된 이 답변자는 "질문자님 14년 만에 뵙네요. 10대 때 이후로 지식인을 내려놓고 살았는데 오늘 1만 포인트가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커피 한잔하라며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1만 포인트를 쏠 수 있다는 건 질문자님에게 그만큼 여유가 생겼다는 뜻이겠죠?"라고 말했다.
또 그는 "30대가 된 지금은 인생이 조금 더 재밌어졌을까요? 아니면 10대 때와는 또 다른 요소들로 고단함을 느끼고 계실까요?"라며 "어떤 인생을 살고 계시든 그 인생 속 주인공인 질문자님의 선택은 항상 바른 곳을 향해 있을 거예요"라고 덕담했다.
끝으로 답변자는 "질문자님도 저도 앞으로 재미없는 시기가 한가득하겠지만 이날을 추억하며 즐겁게 웃어넘겨 봐요. 당신의 30대를, 앞으로의 삶을 응원하겠습니다"라고 응원했다.
14년 만에 닿은 두 사람의 인연과 서로에 대한 응원은 누리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누리꾼들은 "이런 게 삶의 재미다", "내가 위로받는 기분이다", "두 분 다 멋진 30대를 사시길 응원한다", "이제 고3인 저도 답을 얻고 간다", "영화 같다", "힘들 때마다 이 글 봐야겠다", "가슴 따뜻해진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네이버 지식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