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동산도 아닌데 이용권이 발급되는 세상이다.

최근 한 아파트 단지에서 외부인의 놀이터 이용을 막기 위해 일일 이용권을 발급하는 등의 행위를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쿠키뉴스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 광명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이런 일이 발생해 인근 단지 주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2009년 준공된 광명시 A 아파트는 두 개의 놀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약 1200세대가 거주하고 있는 이곳의 놀이터에는 '어린이 놀이시설 이용 지침' 안내판이 지난 5월부터 세워졌다고. 이 지침은 A 아파트의 입주자 대표 회의가 결정해 시행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해당 지침에 따르면 해당 단지에 거주하고 있는 어린이는 놀이터에서 놀 때 비표를 착용해야 한다. 목걸이 형태의 비표는 관리사무소에서 주민들에게 제작하고 배부한다. 이 비표는 단지에 사는 5세 이상부터 초등학생까지의 아동이다. 비표를 분실하거나 훼손할 경우 5천원을 내 다시 제작하고 이사할 경우에는 반납해야 한다.

그렇다면 외부인이 놀이터를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일일이용권을 발급 받을 경우 가능하다. 일일이용권은 주민이 신청해야 받을 수 있지만 대상이 한정돼 있다. 아파트 주민을 방문한 친인척 등의 어린이, 아파트 어린이의 친구, 단지에 거주하는 아파트 중학생 뿐이다.

그리고 일일이용권을 발급 받는다고 해도 불리한 조건을 약속해야 한다. 외부인이 일일이용권을 발급받기 위해서는 시설 이용 중에 사고가 나도 아파트에 책임을 묻지 않아야 하고 시설을 훼손할 경우 보수비용 보상을 약속해야 일일이용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인근 단지 주민들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인근 주민은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다"라면서 "또래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면 이 동네가 싫어져 이사 가고 싶을 것 같다"라고 말했고 또다른 주민 역시 "편 가르는 어른을 보면서 아이들이 뭘 배우겠나"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상에서도 "놀이터에 금칠이라도 했는가"라는 비판이 나오자 A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측은 해명을 내놓기도 했다. 기존 놀이터를 철거하고 약 2억 2천만원을 들여 새로 문을 열었지만 얼마 가지 않아 그네가 망가지고 중고등학생의 풍기 문란 문제로 민원이 잇따랐다는 것.

A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은 "아이들을 차별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지침을 당분간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전과 차별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아파트 놀이터의 지침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