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전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20세기 중반에 벌어진 전쟁 중에는 베트남전이 있다.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연관돼 있다. 베트남이 남북으로 갈려 싸운 전쟁이지만 미국이 남베트남을 지원해 전쟁에 합류했고 우리나라도 약 10년 동안 전투 부대를 베트남에 파병했기 때문. 세월이 오래 지났지만 베트남전은 역사에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논란도 있다. 베트남 현지인들은 일부 한국 군인들이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베트남에는 한국 증오비가 건립되는 등 좋지 않은 감정이 아직까지도 남아있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베트남전에 참전한 용사가 한국군이 현지 마을 사람들을 학살했다는 증언이 등장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는 해병대 청룡부대 출신의 75세 A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재판은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에 의해 가족이 살해당했다며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이 한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일부였다.
이 재판에서 A씨는 한국군의 학살 사실을 증언했다. 그는 1967년 해병대에 입대해 다음 해 2월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 지역에서 주둔할 당시 평생 잊을 수 없는 일을 목격했다고. 어느 날 A씨는 소대원들과 부대 근처 도로를 정찰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때 민가 근처에서 베트남 사람 여러 명이 길을 막은 채 항의하며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들의 옆에는 민간인으로 보이는 이들의 시신이 무더기로 쌓여 있었다고.
A씨는 마을 사람들에 대해 "도로를 막고 눈에 핏발을 세우면서 소리 지르고, 악을 쓰고 있기에 깜짝 놀랐다"라면서 "그 옆에 보니 거적때기 위에 수많은 시체들이 있었고, 그래서 뭔가 큰일이 있었구나 알게 됐다"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A씨의 말에 따르면 당시 시신은 약 70여구 였다고.
A씨와 소대원들은 부대에 복귀한 뒤 서로 어떻게 된 것인지, 그리고 누가 죽인 것인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얼마 뒤 다른 소대 대원들이 학살을 벌인 사실을 듣게 됐고 사건의 전말 또한 알게 됐다고. A씨는 이들에 대해 "다른 소대 애들이 죽인 현장과 장면들을 무용담처럼 얘기하더라. 아무 죄의식도 없었다"라고 전했다.
A씨는 소속 부대가 학살을 자행한 곳이 베트남의 퐁니 마을이었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증언을 하게 된 계기에 대해 "후대들에게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면서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 것인지 내가 보고 행동한 것들을 통해 세상에 경종을 울리고 싶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