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보다 더 강한 징계가 내려져도 할 말 없었을 것 같다.

22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EBS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인 '포텐독'에 법정 제재에 해당하는 '주의'를 주기로 의결했다. 이 '포텐독'의 경우 여성 비하를 비롯해 몰카 촬영, 동영상 유포 협박 등의 표현이 들어간 것이 문제가 됐다.

EBS에서 방송하는 '포텐독'은 초능력을 가진 반려견인 '포텐독'들이 초등학생과 힘을 합쳐 개들만이 세상을 꿈꾸는 악의 조직 '골드팽'과 맞서 싸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다. 7세 이상 시청가다. 유튜브에서는 이 프로그램 삽입곡인 '똥밟았네' 뮤직비디오가 많은 화제가 되기도.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될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포텐독'의 내용을 살폈다. 초등학교에서 동급생의 등에 놀리는 내용의 메모지를 붙이거나 화장실에서 속옷이 노출된 것을 놀리는 장면, 상반신이 노출된 야외 간이 화장실에서 음식을 먹여 계속해서 배변하도록 강요하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뿐만 아니라 얼굴을 불법 촬영하기 위해 수면제를 먹이고 불법 촬영 장치가 내장된 귀걸이를 몰래 달거나 몰래 촬영한 변신 장면 동영상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는 장면도 있었고 피해자들에게 불법 촬영 행위를 강요하기도 했다. 특히 악의 조직인 '골드팽' 조직원들이 '개똥 테러'를 준비하기 위해 여성 캐릭터에게 "노예"라고 부른 장면도 있었다.

또한 이런 내용의 '포텐독'이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에 편성됐다는 것도 문제가 됐다. 방송심의규정에 따르면 평일의 경우 오전 7~9시, 오후 1~10시가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고 주말과 공휴일, 방학 기간에는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포텐독'에 대한 문제는 시민단체 미디어감시팀의 모니터링을 통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시민단체 측은 "불법 촬영의 피해자였던 캐릭터들이 협박에 의해 결국 불법 촬영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에서 실제 범죄자의 수법, 언어와 일치한다"고 지적하면서 EBS 다시보기 서비스 중단과 심의를 요청했다. 그 결과 '주의'가 나오게 된 것.

EBS에서 방송되던 '포텐독'은 지난 7월 2일 종영했다. 당시 논란이 커지기 전까지 몰아보기로 집중 편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비판 여론이 커지자 '포텐독' 측은 지난 8월 "사회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일부 에피소드가 '7세 이상 시청가'로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어 '12세 이상 시청가'로 변경한다"라면서 "앞으로 더 세심하게 제작하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