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사생활이 이렇게 심각하게 털리면 문제가 있다.
최근 아파트의 월패드를 통해 내부 사생활이 그대로 유출되는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월패드는 아파트 내부 벽에 달린 인터폰 형태의 기계다. 여기에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가 붙어 있어 여러 기능이 있다. 도어록과 조명, 가전 등을 원격 조정하거나 현관 앞에 누가 있는지 확인도 한다. 아파트에 보편적으로 설치돼 있다.
문제는 이 월패드를 해킹해 영상이 유출된다는 것. 최근에는 일부 다크웹에 전국 아파트 월패드 카메라를 해킹해서 불법 촬영된 영상이 유포됐다. 심지어 지난 10월에는 홍콩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국 아파트를 해킹한 영상이 유포됐다. 여기에는 무려 17만 가구의 아파트가 해킹됐다.
이 영상에서는 TV를 보거나 밥을 먹는 등 아파트 내부에서 거주하고 있는 가족들의 일상이 그대로 찍혀있다. 심지어 주민들이 알몸으로 집안 내부를 돌아다니거나 성관계를 하는 모습도 그대로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사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된 것.
심지어 한 해커는 이렇게 해킹한 영상을 판매한다는 글도 올렸다. 이들은 추적을 피하기 위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으로 거래를 한다. 하루 치 영상의 가격은 0.1 비트코인으로 우리 돈 800만원에 달한다. 이 해커는 영상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면서 전국 아파트 단지의 리스트를 공개했다. 여기에는 총 700곳에 달하는 목록이 담겨있다.
따라서 아파트 주민들 입장에서는 불안에 떨 수 밖에 없다. 특히 리스트에 언급된 아파트 단지 이름과 주소가 일치할 경우 더욱 공포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경찰은 리스트에 등장한 700곳 중 일부에서 실제 해킹한 흔적을 확인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서버 문제가 가장 많이 꼽힌다. 현재 국내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월패드는 하나의 서버를 대부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한 가구만 해킹에 성공해도 아파트 전체의 월패드에 접근이 가능해 이를 조작하거나 영상 등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정부는 이를 막고자 아파트 월패드의 세대간 망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단지 내의 세대끼리 영역을 구분해 한 세대가 해킹으로 뚫리더라도 다른 세대에 피해가 가는 것을 막겠다는 개념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월패드 이용자들에게도 주기적으로 관리자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렌즈를 가려두라고 당부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가 해킹 여부를 인지하거나 보안 부분에 관한 것을 직접 점검하기 쉽지 않아 한계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