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상용화돼도 10년 동안은 안 탈 겁니다. 저도 살아야 하니까요."(여화수 카이스트 교수)
11월30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온-화상스튜디오)에선 의미 있는 교통분야 행사가 열렸습니다.
국토교통부와 대한교통학회가 주고받으며 개최하는 '대중교통' 국제정책포럼입니다.
대중교통은 말 그대로 대중과 교통의 '더하기'입니다. 교통은 얼마나 더 멀리,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출발지와 목적지를 연결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대중교통은 얼마나 많은 인원을 운반하는지에 대한 담론이 더해집니다.
국민에게 밀접한 대중교통을 주제로 한 포럼이다 보니 비슷한 주제의 다른 학술행사와 달리, 모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제언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실시간 중계된 유튜브의 시청자들도 많아 보통의 학술행사와는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특히 포럼에서 소개된 해외사례는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마드리드가 운영하는 무료주차시설, 도로를 차와 시민이 공유해야 한다는 이상으로 자전거의 몫을 찾아주고 있는 런던, 빠른 열차로 중장거리 교통편의를 증진하고 있는 파리 등 유럽의 대도시권의 대중교통 정책은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수는 "고속철도의 경우 서울~부산이 2시간대 거리라고 하지만,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개념으로 생각하면 아직도 개인차량보다 시간과 비용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미래 대중교통의 경쟁력은 결국 문 밖에서 철도역까지, 철도역에서 목적지까지 이르는 틈새교통의 경쟁력 확보가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제가 관심 있게 들었던 부분은 포럼 마지막인 전문가 토론이었습니다. 최기주 아주대 교수(전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장)가 진행한 토론회에서 여화수 카이스트 교수는 대뜸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해도 앞으로 10년간은 안 탈 것'이란 말을 꺼냈습니다.
물론 본론은 자율주행기술은 전용차로를 확보해 적용한 뒤, 점차 사용범위를 넓히는 점진적인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도로 위 안전성이 확실히 검증되지 않은 자율주행기술을 너무 빠르게 기존 대중교통에 혼입하면 발생할 안전사고를 고려한 것이죠.
이밖에 토론에선 GTX 등 대중교통노선 결정과정에선 정치권이나 지역 이익단체 등과 같은 외부의 유입과 관여를 완벽히 불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된 교통편이 인구집중을 불러오는 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선 균형발전 차원에서의 대중교통의 중심점을 전국으로 다각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탄소중립과 코로나19와 같은 가외 변수에 대중교통정책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고요.
포럼엔 '알뜰교통카드의 아버지'로 불리는 안석환 국토교통부 국장도 참석했는데요.
그는 "대중교통 정책은 결국 국민들의 이동편의를 바탕으로 재원이나 교통환경 등 여러 변수가 더해진다"며 "가능한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용해야 하는 주제라 그만큼 민원이 많고, 그래서 항상 다양한 아이디어에 목말라 있는 것 같다"고 전합니다.
교통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대중교통 분야에 정말 많은 이들이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하나의 생각이 장기간 이용률 정체기에 빠진 대중교통의 장점을 되살려낼 수 있길 기대합니다.
[사진] 테슬라,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