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는 퇴위한 국왕이 계속해서 화제가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스페인 전 국왕 후안 카를로스 1세는 스페인에서 독재 체제를 종식한 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불렸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심히 좋지 못했다. 여러가지 사건사고를 일으키면서 2014년 왕위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퇴위했고 2020년에는 부패 스캔들로 인해 조국인 스페인을 떠나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후안 카를로스 1세에 관한 폭로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여성 모델과의 불륜을 숨기기 위해 대기업을 동원해 수십억원을 줬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페인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 사실은 전직 경찰청장이었던 호세 마누엘 비야레호의 일기에서 드러났다.
당시 카를로스 1세는 모델 겸 배우인 바바라 레이와 불륜 관계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 스페인 왕실과 스페인 전 총리 등은 바바라 레이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폭로하지 않게 만들기 위해 총 540만 유로를 지급했다고. 이 돈은 우리나라 돈으로 약 72억 원에 해당한다.
물론 스페인 왕실과 정부가 이 돈을 낸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스페인의 대기업이 동원됐다. 정유기업과 은행, 통신사가 왕실과 내각의 지시에 따라서 진행했다. 이들은 바바라 레이와 은밀하게 접촉해 수 년 동안 그에게 거액의 금액을 전달했다. 이 과정에는 과거 스페인의 국가정보기관도 동원됐다.
바바라 레이가 불륜을 폭로하지 않는 대가로 무언가 특혜를 받았다는 증언은 다른 곳에서도 엿볼 수 있다. 얼마 전 스페인 현지 방송에 등장한 스페인 국가정보국 고위 관계자 역시 "레이가 침묵한 대가로 TV 출연이나 홍보대사 등의 계약에서 좀 더 우대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보도는 카를로스 1세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에 더욱 기름을 붓고 있다. 특히 카를로스 1세는 이미 성 추문으로 많은 구설수에 올라있다. 지난 2016년 출판된 한 책에서는 카를로스 1세를 '섹스 중독자'라고 표현했고 아내와 결혼을 한 후에도 수백 건의 외도를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몇 달 전에는 카를로스 1세가 '성욕 억제제'를 맞았다는 폭로가 등장해 스페인을 뒤흔들기도 했다. 제보에 따르면 "불명예스럽게 스페인을 떠난 전 국왕의 성욕이 국가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됐다"라면서 "스페인 정보기관이 카를로스 1세의 성욕을 낮추기 위해 여성 호르몬이 포함된 약물을 주사했다"라고 주장했다.
당시 카를로스 1세가 맞은 주사는 여성 호르몬을 포함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억제하는 약물이 포함됐다고. 이는 모두 성욕을 억제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퇴위한 전 국왕이지만 여전히 그와 관련된 스캔들은 계속 스페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