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발표한 '2021년 아시아 파워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보다 한계단 하락해 26개국 중 7위를 기록했다. 특히 '외교적 영향력' 부문에서 지난해 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하면서 전체 지수에 영향을 끼쳤다.
6일 로위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경제력(5위), 군사력(5위), 경제관계(5위), 국방 네트워크(4위) 등에서 상위 5위에 포함됐다. 특히 국방 네트워크 능력은 전체 4위를 차지해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교적 영향력'은 전년보다 5.6점이 하락한 60.1점을 기록하며 러시아, 인도 등에 밀려 작년보다 1단계 떨어진 전체 6위를 기록했다.
이 부문에서 가장 많은 점수를 획득한 국가는 미국으로 총 15.5점을 더 얻어 90.4점, 중국은 1.4점을 잃은 89.8점으로 미국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일본도 4.3점을 잃었으나 84.5점을 기록해 3위를 유지했다.
외교적 영향력 지수 세부 항목 중 한국은 재외공관 등 '외교 네트워크'와 다자포럼과 기구 참여도 등을 담은 '다자간 전력'은 상위권이다. 하지만 외교 관료들이 국가의 외교적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능력인 '대외정책'에서는 작년보다 5점 하락한 11위에 머물렀다.
세부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5위로 높은 순위를 유지했지만, 지역과 글로벌 차원의 '정치 리더십'과 '전략적 의지'가 11~12위 순위를 기록하며 전체 대외정책 순위를 끌어내렸다.
우리의 외교 영향력이 떨어진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한반도 사안과 미중패권 경쟁 여파에 주목한다.
미중 간 경쟁이 첨예화 될수록 우리는 이른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다.
또한 남북관계, 북한관계를 우선하다 보니 우리 스스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외교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가 우리나라를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변경한 것을 꼽을 수 있다.
우리 정부도 높아진 위상에 따른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교부가 내년 예산에 공적개발원조(ODA) 부분을 작년보다 16.7% 늘린 1조1093억원으로 책정한 것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다. ODA 예산이 1조원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확실한 '외교 좌표' 설정 없이 남북관계와 미중패권 경쟁의 영향력을 너무 의식하는 소극적인 외교 자세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미중갈등이 첨예화되고 우리 정부가 북한 사안을 중점으로 움직이는 것은 한국이 가지고 있는 외교의 한계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도 "외교적 영향력을 높이려면 국제 정세 전반에 대한 확실한 기준과 판단을 바탕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일본이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를 주도하는 것처럼 독자적인 어젠다를 가지고 있어야 외교적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청와대 제공,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