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처럼 동그랗게 말아올린 분홍머리, 앞섶이 크게 벌어진 기모노풍 연분홍 드레스, 소매에 길게 늘어진 일장기, 가슴에 새긴 한자 '日本'(일본), 양손에 든 황금색 마네키네코(한쪽 앞발을 든 고양이 인형)…….
10일 이스라엘 에일랏에서 개최된 제70회 미스 유니버스 세계 대회에서 일본 대표 와타나베 주리는 전통의상 부문 콘테스트에 이 같은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하지만 와타나베가 입은 의상은 일본의 전통적인 옷차림과는 크게 달라서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고 허프포스트 일본판 등이 13일 보도했다.
소셜미디어(SNS)에는 이 의상을 두고 "이것이 해외에서 보는 일본의 이미지라면 유감이다" "기모노를 오른쪽 섶이 위로 올라오게 입었는데, 이는 죽은 사람에게 기모노를 입히는 방식이다. 적어도 왼쪽 섶이 위로 올라오게 입었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일본인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어쩔 수 없다" "미적 감각도, 기품도 없다.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완전히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이 의상에 담긴 의미는 꽤 크다. 이스라엘 주재 일본 대사관에 따르면 이 옷은 일본-이스라엘 수교 70주년을 기념해 이스라엘 디자이너 아비아드 헤르만이 직접 디자인했다.
대사관 측은 "환영과 축하의 뜻을 담아 하라주쿠 패션과 기모노를 접목했다"며 "분홍색 바탕의 의상에는 현란한 스팽글 장식이 박혀 있고, 소매 부분에는 일장기가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의도가 다소 빗나갔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 2일 이 의상은 먼저 트위터를 통해 공개됐는데, 벨트 디자인이 일본 왕실 상징인 국화 문장을 모티브로 한 것이라 부적절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결국 실제 대회 때는 디자인이 변경됐다.
한편 이번 미스 유니버스 세계 대회에서는 인도 대표인 하르나즈 산두가 우승했다. 2위는 파라과이 대표 나디아 페레이라, 3위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 라렐라 음스와네가 차지했다.
[사진] 미스 유니버스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