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이런 말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인도는 여성 인권이 후진적인 나라로 꼽힌다. 2018년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곳으로 꼽힌 적도 있다. 한국에서도 여성 혼자서 인도 여행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다. 성폭행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굉장히 많은 성폭행 사건이 터진다. 집단 성폭행을 비롯해 다양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에는 인도에서 무려 2만 8천건의 강간 범죄가 신고됐다. 신고하지 않은 사례까지 합치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도에서만 18분에 한 번씩 성폭행 범죄가 일어나는 셈이다. 정부 차원에서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말 뿐인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한 인도 정치인이 망언을 해 구설수에 올랐다. 인도 현지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 의원인 KR 라메시 쿠라르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주의회 의장 출신으로 해당 주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그런데 그가 성폭행을 근절하려는 노력 대신 엉뚱한 발언을 한 것.
쿠라르는 얼마 전 주 의회에 출석했다. 당시 의회에서는 농업에 관련한 주제를 놓고 의원들끼리 논쟁을 벌이고 있었다. 일부 의원들이 논의할 시간을 달라고 요구하자 의장은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그런데 갑자기 쿠라르 의원이 나서서 "성폭행 피해가 불가피할 때는 누워서 즐기라는 말이 있다"라는 발언을 했다.
쿠라르의 입장에서는 이 상황을 빗대서 풍자한 것이었다. 하지만 발언의 수위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거칠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인도의 여성단체와 여성 의원 중심으로 분노가 촉발됐다. 쿠라르와 같은 당에 소속된 의원 마저도 "모든 여성과 어머니, 딸, 자녀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도 현지 네티즌들도 즉각 반응했다. 네티즌들은 쿠라르에게 "당신의 가족이나 지인이 그렇게 성폭행 당하는 상황에 놓였어도 같은 생각으로 이런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라고 지적했고 또다른 네티즌도 "쿠라르 의원은 발언에 대한 사과가 문제가 아니다. 해임부터 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쿠라르 의원은 과거에도 이와 비슷한 발언을 해 뭇매를 맞은 전력이 있다. 지난 2019년 쿠라르 의원은 자신에게 부패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상황을 성폭행 피해 생존자에 비유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결국 쿠라르 의원은 사과를 했다. 그는 SNS에서 "악랄한 범죄를 경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라면서 "좋지 않은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밝혔다. 또 의회에 출석해서 "여성을 모욕하거나 의회의 권위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는 없었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