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 침입에 관한 기준이 바뀌는 모양이다.
주거침입죄로 고소당했던 남성이 계속해서 유죄를 판결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 받았다. 향후 주거침입에 대한 기준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소 당하게 된 사연이 많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동성 성관계' 때문이었다.
이야기는 지난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성인 남성인 A씨는 SNS를 통해 미성년자인 B군을 알게 됐다. 두 사람은 SNS를 통해 친밀해졌고 결국 만나게 됐다. A씨는 B군의 집에 들어가 동성 성관계를 맺게 됐다. 여기까지만 보면 별 다른 게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에 시작됐다.
A씨와 B군이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B군의 아버지가 격노했던 것. B군의 아버지는 A씨가 자신의 집에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주장하면서 A씨를 주거침입죄로 신고했다. 결국 A씨는 주거침입에 관한 혐의로 인해 재판정에 서게 됐다.
A씨는 재판 과정 동안 계속해서 자신의 무죄를 호소했다. 그는 B군의 승낙으로 출입문을 통해 정상적으로 집에 들어갔고 이후 벌어진 B군과의 성관계 또한 위법한 행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에 사건을 심리한 1심과 2심 재판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당시 재판부는 B군이 A씨를 집에 들어오게 승낙 했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B군의 공동 생활자인 B군 아버지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 승낙이 없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집으로 들어간 것은 부재중인 아버지의 주거 자유와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고. 결국 당시 재판부는 벌금 100만원 형을 선고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대법원으로 향하면서 극적으로 뒤집혔다. 다른 판결이 영향을 미쳤기 때문. 지난 9월 대법원이 불륜 사건을 심리하면서 내연녀의 집에 간 불륜남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 기존에는 승낙을 얻어 상대의 집에 들어가더라도 부재중인 남편 또는 부인에게 주거의 평온을 깨뜨릴 수 있다는 취지로 유죄가 선고돼 왔다.
그러나 지난 9월 내려진 판결에서는 남편과 공동 주거권자에 해당하는 아내가 승낙해 내연남을 집에 들어오게 했다면 주거의 평온을 깨뜨린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주거침입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 결국 이 판례가 A씨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은 A씨에 대해 "공동거주자 중 일부가 부재중일 때 주거 내에 있는 거주자의 현실적인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에 따라 공동 주거에 들어간 경우라면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라면서 2심을 파기하고 무죄 취지로 하급 법원에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