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려운 환경에 처한 대학생의 사연이 공개돼 누리꾼들의 심금을 울렸다.
사연이 공개된 후 "돕고싶다"는 연락이 온 것으로 전해졌지만, 주인공은 정중히 거절하며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20일 오전 4시58분 한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눈도 오고 안 좋은 일이 있어서 글 좀 쓰겠다"며 자신의 상황을 전한 글이 올랐다.
글의 요지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고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 때문에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에 공부해 국립대에 간 학생의 '청춘의 분투기'다.
새내기 게시판에 글을 올린 A씨는 "6학년 때 아빠가 급성 뇌출혈로 돌아가셨고, 엄마는 글을 못 읽는 까막눈에 아래로 동생이 2명 있다"며 "엄마는 아빠 장례식장에서 '남들 부끄럽지 않게 키우겠다'고 말씀하셨지만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 A씨는 최저 시급도 받지 못하며 식당 일을 하는 어머니 생각에 하던 운동을 포기해야 했다.
그는 '실업계 고교에 들어가 막노동을 하든 배달을 하든, 돈 벌 생각만 했다'고 적었다.
삶의 방향을 바꾼 계기는 중학교 3학년 때다.
부모 인적사항에 A씨는 부친 칸에는 '사망하심', 모친 직업은 '식당 보조사'라고 적었다.
그는 "그걸 손으로 가리는데 내가 봐도 너무 역겨웠다"며 "엄마는 남들에게 안 부끄럽게 키운다고 이 악물고 버티는데 자식이 엄마가 부끄러워서 이러는 게 자기혐오가 들었다"고 했다.
이어 "내 자식도 막노동하는 내가 부끄러워서 직업칸 못 쓸까 생각하니 어질어질하더라"며 "그때부터 매일 공부했다"고 회상했다.
수학은 동생 교과서를 찾아보면서 했고, 영어는 어머니 몰래 아르바이트한 돈으로 학원에 다녔다고 했다.
고교에 진학하고 코로나19 사태를 맞으면서 A씨 집안 형편은 더 어려워졌다.
그는 "엄마가 식당에서 12시간 일하던 게 6시간으로 줄어들면서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데, 내가 공부한다고 집에 있을 수 있겠느냐"며 "알바를 더 뛰었다"고 했다.
A씨는 평일에는 식당 알바, 주말에는 호텔 알바를 하고 새벽 3시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그는 "남들보다 공부량이 부족하다 보니 등급이 올라가기는 커녕 유지도 힘들었다. 그럴 땐 진짜 서러워서 눈물이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럴 때마다 엄마가 깰까봐 화장실에서 몰래 울었다. 그렇게 3년 버티다 보니 결국 건국대와 경북대에 붙었다"고 했다.
그는 "물론 형편 때문에 건국대는 못가지만 돈 때문에 지원도 안하면 후회할 것 같았다"고 썼다.
이 글에는 대학생이 됐지만 녹록지 않는 형편 때문에 여전히 어려워하는 A씨의 고민과 함께 희망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A씨는 "대학에 들어와도 고등학교와 다를 것 없이 저녁에 알바하고 새벽에 공부할 것 같다. 내 생활비에 동생 학원비 계산하니 벌써 어질어질하다"며 "이젠 익숙해서 별 기분 안 드는데 오늘따라 좀 씁쓸하다"고 글을 마쳤다.
글을 본 많은 이들은 응원의 목소리를 전하며, "돕고 싶다"는 뜻을 밝힌 이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A씨는 20일 오후 2시48분 다시 올린 글을 통해 "익명의 힘을 빌려서 친구들에게도 부끄러워 말하지 못했던 걸 속시원히 이야기하고자 글을 썼다"며 "애초에 금전적인 후원이나 지원을 목적으로 쓴 글이 아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다"고 했다.
그는 "저 같은 사람한테 돈 쓰지 마시고 가족 분들이랑 따뜻한 저녁 한끼 하시길 바란다"며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열심히 살겠다"는 말로 글을 마쳤다.
[사진] tvN 캡처,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