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학교 실습생을 수차례 성희롱한 경찰공무원에게 강등 처분을 내린 것은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김현룡)는 경찰공무원 A씨가 제주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2월5일부터 그 해 4월9일까지 근무지인 제주의 한 파출소 등에서 피해자인 경찰학교 실습생 순경 B씨에게 언어적·신체적·시각적 성희롱 행위를 해 성실·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같은 해 9월 해임 처분을 받았다.
여러 차례 B씨를 "딸"이라고 지칭하거나 평소 B씨에게 "내가 네 아버지 보다 나이가 많다"고 여러 차례 강조하면서 '아빠'라고 부르라고 하는 등 B씨에게 과도한 친밀감을 표시하면서 수차례 성희롱 행위를 한 것이었다.
해임 처분에 불복해 소청을 제기한 A씨는 그 해 12월 감경된 강등 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강등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평소 제 손을 잡거나 팔짱을 끼는 등 수시로 성희롱해 원인을 제공한 B씨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A씨는 "제 진술조서는 담당 감찰관이 자백을 유도하는 등 강압적인 방법으로 작성됐을 뿐 아니라 제가 진술하지 않은 내용을 임의로 기재한 것이어서 증거능력이 없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실제 B씨가 녹음한 파일에 A씨의 가해발언이 두 차례 녹음된 데다 B씨의 진술과 B씨가 동료 경찰관에게 피해사실을 호소한 카카오톡 대화, B씨로부터 피해사실을 전해들은 동료 경찰관의 진술 등이 구체적이고 일관적이라는 취지다.
재판부는 특히 신규임용 경찰공무원인 B씨에게 현장실습을 시작한 지 불과 2~3개월 만에 A씨에 대한 허위사실을 진술할 만한 동기를 찾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징계사유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큰 점, A씨가 오히려 B씨를 무고 혐의로 고소해 2차 피해까지 입힌 점, 강등 처분은 A씨가 주장하는 근무 경력이 이미 고려된 결과로 보이는 점 등을 볼 때 이 사건 처분에 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