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달기사가 휴대전화 배터리 방전을 이유로 배달을 완수하지 못하고 본인 집으로 음식을 가져가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1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배달 기사가 음식 가지고 집에 갔나 봐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영업자 A씨는 이날 퇴근 전 단골손님으로부터 마지막 주문을 받았다. 배달 기사가 맨손으로 왔지만, 5분 안에 배달되는 가까운 거리의 손님에게 주문이 왔기에 A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배달 중'이라는 문구를 본 A씨는 20여 분 후 가게를 마감하고 퇴근했다. 집에 도착해갈 때쯤 A씨는 배달앱 고객센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A씨는 "고객으로부터 음식이 오지 않는다고 재조리 요청을 받았다. 퇴근한 저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면서 "배달 보낸 지 50분이 지났는데 배달 기사가 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고객 주문은 취소했고, 배달앱에서 보상해주기로 했다. 배달 기사는 계속 같은 자리였고, 연락해도 받질 않아서 상담원도 쩔쩔맸다"면서 "일단 어쩌겠냐하고 웃고 끝냈는데 단골손님 주문이라 짜증 나는 건 어쩔 수 없더라"라고 토로했다.
그는 "배달 기사가 사고 난 거로 생각했는데 1시간 20분 동안 휴대전화 위치가 같은 자리면 집에 가져가서 먹고 있는 거겠죠?"라고 황당해했다.
이후 다음날 오전 11시쯤, A씨는 고객센터와의 통화로 사건 전말을 알게 됐다.
A씨는 "배달 기사가 휴대전화 배터리가 방전돼 배달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한다"며 "고의는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집에 배달 음식 갖고 가신 경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터리가 방전된 배달 기사, 마감 일찍 끝내고 퇴근한 사장, 인내심 강한 고객 등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일어나니 이런 경우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끝으로 A씨는 "배달 기사분께서 가게에 일찍 도착해서 기다리고 계셨는데 그 사이에 휴대전화 충전하시지. 안타깝다"며 "그래도 배달 기사가 교통사고 당한 거나 음식을 훔친 게 아니라서 안도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마지막 배달이 도보로 배달하는 기사일 경우, 휴대전화 배터리 넉넉하냐고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사연을 접한 다른 자영업자들은 "무책임하다", "적어도 보조배터리는 들고 다녀야 하는 거 아니냐", "배터리가 없으면 콜을 잡지 말든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