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억울한 죽음이 어디 있을까.
한 택시 기사가 억울하게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다. 총기가 엄격하게 규제돼 있는 한국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이 놀라울 수 밖에 없다. 알고보니 여러가지 상황이 있었다. 현재 이 사건을 담당하는 서울 서부경찰서는 피의자인 72세 A씨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도대체 이런 사건이 어떻게 벌어진 것일까?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4월 29일 오후 8시경으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당시 한 70대 택시기사인 B씨는 택시를 운행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서울 은평구 구기터널 인근 도로에 차를 세워뒀다. 소변이 급했기 때문. B씨는 인도에서 5m 가량 떨어진 곳에서 노상방뇨를 했다.
당시 B씨는 북한산 생태공원에서 구기터널 쪽으로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면서 소변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탕' 소리와 함께 B씨가 쓰러졌다. 총이 발사된 것. B씨는 한 번에 발사된 탄환 2발에 오른쪽 손목과 복부를 관통당했다. 출동한 구급대가 택시기사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약 5시간 뒤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알고보니 이 총은 A씨가 쏜 것이었다. A씨는 서울멧돼지 출현방지단 소속으로 은평구청 등에 등록된 엽사(사냥꾼)다. 한국에서는 총기 규제가 엄격하게 적용된다. 모든 민간용 총기에는 GPS가 의무적으로 부착돼 있고 개인이 실탄을 소지하는 것은 전면적으로 금지돼 있다. 사냥 또한 지자체 등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엽사들이 소집될 때가 있다. 멧돼지가 도심에 나타나거나 민가에 내려와 사람과 농작물에 피해를 입혀 유해조수로 지정될 경우 이들을 퇴치하기 위해 수렵을 허용하기도 한다. 이들을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이라고 보통 부른다. A씨는 바로 이들 중 한 명이었던 것.
사고를 일으킨 A씨 또한 멧돼지를 쫓다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두운 산에서 멧돼지를 쫓아 내려오다 숲속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멧돼지인 줄 알고 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멧돼지와 사람을 오인해 쐈다는 이야기다.
사고가 일어난 도로변은 민가와 거리가 있는 곳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인적이 드물고 멧돼지 또한 자주 출몰한다고. 일단 A씨는 자신이 총을 쏜 이후 사람이 맞은 것을 알고 구급대에 신고해 택시기사를 인근 병원으로 옮기도록 했다. 하지만 B씨가 숨졌기 때문에 과실치사죄 적용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A씨는 수렵과 관련된 사고 이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람이 통행할 가능성이 있는 인도 쪽으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총을 쏜 것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될 수 있다. 최근 들어 사람을 멧돼지로 오인하고 총을 쏘는 사고는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수렵에 대한 규정 재정비가 논의되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