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이웃나라 반응이 제일 흥미롭다.
손흥민이 영국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올랐다. 현지시간으로 22일 손흥민의 토트넘은 노리치와 2021-22 EPL 최종전 원정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리그에서 최종 4위를 기록한 토트넘은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지었고 이날 두 골을 넣은 손흥민은 리버풀의 살라와 23골로 리그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손흥민이 득점왕에 오른 것은 역사에 남을 만한 일이다. 지금까지 유럽 4대리그(EPL,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아시아인이 득점왕을 차지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과거 차범근도 득점왕은 없었다. 물론 공동 득점왕이라는 것이 아쉽지만 충분히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그렇다면 이웃 나라이자 축구 라이벌로 꼽히는 중국과 일본의 현지 반응은 어떨까? 사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 축구에서 좋은 소식이 들릴 때마다 질투 섞인 반응을 보여왔다. 같은 아시아 국가지만 상대가 잘하지 못하는 것에 환호하고 잘하면 시기를 하고는 했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예상됐다.
하지만 생각보다 반응은 달랐다. 중국과 일본 모두 손흥민이 "대단하다"라면서 부러움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아시아인이 득점왕을 차지할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라는 것이 주된 반응이다. 그만큼 손흥민의 득점왕 수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아시아에서도 많은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손흥민의 득점왕 기록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현지 SNS에서는 "손흥민은 페널티킥 골이 하나도 없었고 살라는 다섯 개의 페널티킥이 있었다"라는 이야기가 많다. 모든 골을 필드골로 넣은 손흥민의 가치를 주목하고 있는 셈. 중국 네티즌들은 손흥민의 득점왕 수상을 "위대한 순간"이라면서 "아시아인이 세계 1위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라고 말한다.
특히 중국의 경우 EPL에서 좌절한 축구선수가 많기 때문에 더욱 부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은 예전부터 순지하이와 리티에, 동팡저우 등 여러 명의 축구선수를 잉글랜드로 보냈지만 10경기 넘게 뛴 선수가 극히 드물다. 그런 가운데 손흥민이 득점왕까지 차지하니 부러울 수 밖에 없는 것.
신기하게도 일본 또한 손흥민에게 축하를 보내고 있다. 한 일본 네티즌은 "유럽에 오랫동안 뿌리 내리고 있던 아시아 축구의 편견을 손흥민이 뒤엎었다"라면서 "손흥민이 아시아의 자존심이다. 아시아의 선수가 EPL에서 득점왕을 차지한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라고 축하를 보냈다.
올 시즌 EPL에서는 일본인 선수 미나미노 타쿠미가 속한 리버풀이 마지막 라운드에서 아쉽게 맨체스터 시티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했다. 따라서 일본 네티즌들은 트로피를 따내지 못한 미나미노 대신 비록 4위지만 득점왕을 차지한 손흥민을 향해 더욱 많은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