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이만큼 많이 가지고도 처벌받지 않을 수 있을까?
얼마 전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 박현배)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재판정에 서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전 국민을 공분에 빠뜨린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연루됐기 때문. 그는 아동과 청소년 성 착취물 사진과 동영상을 내려받아 소지한 혐의로 기소됐다.
우리나라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아동과 청소년 성 착취물을 소지만 하고 있어도 법률 위반 대상이 된다. 특히 P2P 사이트의 경우 업로드와 다운로드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된다. 이 법에서는 19세 미만으로 인식될 수 있는 인간 및 표현물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모두 아동 포르노로 규정하고 있다.
만일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을 소지한 경우 징역 6개월부터 6년 9개월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특히 A씨의 경우 국민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N번방'과 관련이 있었다. 주범인 조주빈의 경우 적극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까지 했기 때문에 1심에서 징역 40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A씨가 기소된 이유는 이 'N번방'에서 제작된 아동과 청소년 성 착취물 사진과 동영상을 내려받았기 때문이다. 그가 받은 자료만 657개에 달한다. A씨는 이 자료들을 자신의 개인용 서버(클라우드)에 보관하고 있다가 발각됐다. 따라서 어느 정도 처벌이 예상됐다. 그런데 A씨는 무죄를 선고 받았다.
알고보니 A씨의 주장이 재판정에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었다. A씨는 재판을 진행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이 음란물을 소지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이 'N번방'에 접속한 적이 없다는 점을 주장하면서 이 파일들이 아동과 청소년 성 착취물인 것은 몰랐다는 취지를 함께 호소했다.
재판부 또한 면밀하게 검토한 끝에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특히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개인용 서버에 저장한 파일들을 확인했다. 재판부 측은 A씨가 내려받은 동영상 파일 이름이 모두 숫자로 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A씨가 파일 이름 만으로는 동영상 내용까지는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게다가 재판부는 A씨가 소지한 성 착취물 중 일부가 'N번방'에서 최초로 유포된 파일이라는 것은 확인했다. 하지만 이 자료가 유포되면서 다른 사이트에서도 공유가 됐기 때문에 A씨가 N번방에 접속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고 봤다. 결과적으로 파일 이름이 복잡했고 N번방에 출입한 근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한 것.
재판부 측은 "피고인이 한 번에 대량을 내려받아 파일을 일일이 확인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람녀서 "보관한 파일 중에서도 어떤 것을 재생하거나 시청했는지 확인할 자료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상황에 해당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다"라고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