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난 9일 대구에서 변호사 사무실 밀집 건물에 화재가 발생해 사망자 7명 포함 총 5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방화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범죄를 저지르고 사망한 53세 A씨가 좁은 사무실 안에서 액체로 된 인화성 물질을 자신의 몸과 사무실 여기저기에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보인다.
화재는 이날 오전 10시 55분경에 발생했다. 소방 당국은 진화대원을 비롯해 160여명을 투입해 화재 발생 22분 만에 불을 껐다. 하지만 이 건물에서 근무하는 7명이 숨지고 같은 건물에 있던 다른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와 의뢰인 등 50명이 화상 등의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건물 일대는 법원과 검찰청사가 있는 법조타운이다. 그래서 변호사 사무실 등이 몰려있는 밀폐된 건물이 많아 화재 피해를 키웠다고. 화재가 발생한 건물의 경우 위층으로 올라가는 통로는 계단과 엘리베이터 각각 하나씩에 불과했다고. 또 건물 통로는 성인 2명이 겨우 통과할 수 있을 만큼 좁고 환기가 되지 않아 연기가 순식간에 위층으로 퍼진 것으로 보인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의 방화가 주 원인으로 추정된다는 것. A씨는 불이 나기 약 2분 전에 마스크를 쓰고 빌딩으로 들어갔다. 당시 A씨는 하얀 천으로 덮은 확인되지 않은 물체를 들고 이동했다. 경찰은 이 천에 덮인 물체가 인화물질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대구 수성구 전통시장 재개발사업 부지 내 주상복합아파트 신축 사업에 투자했다가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최근 재판에서 패소까지 하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가 방화를 한 변호사 사무실은 소송 상대 측의 변호를 맡고 있던 곳이었다.
A씨는 이 아파트를 신축하는 사업의 시행사와 2013년 약정을 하고 약 7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다. 하지만 약속 시기가 지난 뒤에도 투자 원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지난 2016년 6월 시행사와 대표이사를 상대로 변제받지 못한 돈 등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대표이사가 아닌 시행사만 A씨에게 투자금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기각되면서 해당 판결이 확정됐다. A씨는 판결에 앙심을 품고 상대 측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방화를 저질러 엄청난 피해를 입힌 것.
A씨가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지만 막상 당사자는 화를 면하고 엉뚱한 사람들이 세상을 떠난 것은 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재판을 승소로 이끌었던 해당 변호사는 화재 당시 다른 지역에서 열린 재판에 참석하고 있어서 화를 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말 애꿎은 사람들만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