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을 보호할 방법이 절실하다.
최근 우리나라 사회에 대두된 문제 중 하나는 데이트폭력이다. 연인을 상대로 폭력을 저지르는 행위다. 하지만 이것이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연인이 헤어지자고 할 경우 그를 찾아가 불을 지르거나 폭행을 하면서 결국 살해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를 보호할 방법이 딱히 없는 현실이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으로 인한 신고 건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6년 9,364건이었던 데이트폭력 신고 건수는 현재 2020년 18,945건일 정도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동안 계속해서 증가세는 꾸준히 이어져왔다. 특히 지난 2019년과 2020년에는 2만건에 육박했다.
문제는 데이트폭력이 계속해서 반복돼도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 딱히 없다는 점. 만일 이들이 부부 관계였다면 어느 정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즉시 분리하거나 접근금지 명령을 내릴 수 있다. 하지만 연인 관계는 가족으로 엮이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 당국이 제대로 조치를 취할 수 없다.
물론 데이트폭력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어왔다. 지난 2016년부터 데이트폭력을 별도로 규정한 특례법은 여러 차례 발의됐다. 하지만 국회를 좀처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교제 관계를 가정의 일환으로 보고 피해자를 보호하도록 한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특히 이 법안들은 부정적인 검토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일단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목적으로 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안이다. 여기에 단순 교제 관계를 포함시키는 것은 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교제 관계의 범위를 법적으로 설정하기가 불명확하기도 하다.
해당 개정안에서는 교제 관계를 서로 합의 하에 사귀었거나 사귀고 있는 친밀한 관계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보고서에는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검토보고서에는 "이런 정의만으로는 단순 친구 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라고 적혀있다. 단순히 친구 사이에서도 다툼이 일어날 경우 데이트폭력으로 봐야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는 뜻.
게다가 검토보고서에서는 "결혼한 사람끼리의 교제, 동성 간 교제 또는 3자 이상의 교제 등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모두 포함할 수 있어 그 범위가 불명확하다"라면서 "교제 여부에 대한 당사자 간 주장이 엇갈리는 경우 객관적인 판단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라고 밝혔다. 확실히 서류 상으로 등록된 부부와 달리 합의 하에 교제 중이어도 당사자가 부인할 경우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
현재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가정폭력과 데이트폭력을 같은 범주에 넣어 피해자를 보호하고 있다. 가정폭력방지법과 여성폭력방지법에 데이트폭력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특히 영국의 경우 연인의 전과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클레어법'도 시행 중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데이트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한 법안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