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것은 인권침해일까?
어린이들에게 먹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식습관을 들이는 시기일 뿐만 아니라 성장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 등 일선 교육기관에서 제공되는 급식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쓴다. 어떤 식재료로 어떤 음식을 만드는지 꼼꼼하게 따지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 흥미로운 진정이 들어왔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제기한 진정이다. 이 단체는 지난해 11월 병설 유치원이 있는 학교의 유치원 급식에 대해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면서 진정을 제기했다. 알고보니 원인은 유치원생들에게 제공되는 '매운 음식'이었다.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병설 유치원이 있는 학교가 유치원생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일괄적으로 같은 식단이 제공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고학년의 경우 큰 문제가 없지만 유치원생과 초등학교 저학년생들이 급식이 매운 바람에 먹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따라서 이들은 이것이 인권침해 행위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국가인권위원회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기각이었다. 인권침해 행위가 아니라는 것. 인권위는 이 진정을 기각하면서 먼저 맛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인권위는 "매운 맛은 주관적으로 느끼는 부분이고 조리 과정을 보면 하나의 음식에서 여러가지 맛이 복합적으로 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권위 측은 "그렇기 때문에 그 매움의 정도에 대한 객관적인 수준을 마련하는데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하면서 "어느 정도의 매움이 아동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인지 기준 마련이 불가능하다"라고 밝혔다. 어느 정도의 매움까지가 인권침해 행위인지 기준을 정립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인권위는 교육부가 '유치원 급식 운영·영양 관리 안내서'를 교육청 및 유치원 등에 배포해 아동들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라면서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계 유관 기관들이 이러한 점을 감안해 급식 개선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도 짚었다.
게다가 인권위는 "각급 학교도 매운 음식 등에 간장 등을 활용하는 방법으로 덜 매운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살피면 이 사건은 인권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매운 정도에 대한 기준 정립이 어렵고 교육 기관이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기각한 것.
하지만 이 시민단체는 인권위 결정에 불복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대체식을 제공하지 않고 매운 음식만 제공해 매움을 참도록 강요하는 것은 폭력"이라면서 "매움은 미각이 아니라 통각이다. 통증으로 매운 음식을 전혀 먹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음식을 제공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는 것이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