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알바생이 횡령으로 고소당한 일이 있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폐기 식품으로 끼니를 떼우는 경우가 많다. 편의점에서는 도시락을 비롯해 여러가지 조리 식품들이 진열돼 있다. 하지만 일정 유통기한을 넘겼을 경우 폐기를 해야한다. 하지만 크게 기한이 지나지 않은 경우는 편의점 점주의 허락 하에 이를 알바생이 먹을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번 사건 또한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주말에만 오후와 저녁에 근무하는 알바생으로 일하는 A씨가 편의점주에게 고소를 당한 것. A씨가 고소를 당한 혐의는 '횡령'이었다. 판매시간이 남은 상품을 고의로 폐기로 등록하고 취식했다는 것.
사건은 지난 2020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편의점에서 근무한지 6일 째가 되는 날이었다. 해당 편의점은 A씨를 비롯한 알바생들에게 유통기한을 넘겨 폐기 대상이 된 즉석식품을 알바생이 취식할 수 있다는 점을 교육하거나 전달했다. 그런데 이날 A씨는 실수를 하게 된다.
해당 편의점은 시간대마다 폐기해야 하는 상품을 구분해 교육하고 있었다. 오전 7시 30분에는 도시락과 편의점, 샌드위치를 폐기하고 11시 30분에는 김밥과 주먹밥을 폐기 처리한다. 오후에도 비슷하다. 오후 7시 30분에는 12시간 전과 마찬가지로 도시락과 햄버거, 샌드위치를 폐기한다. 오후 11시 30분에는 더 많은 양이 폐기된다. 김밥과 주먹밥, 빵, 유제품, 냉장식품을 폐기해야 한다.
A씨는 이날 저녁 7시 40분 쯤 5,900원 상당의 즉석 식품인 '반반족발세트'를 폐기 처리하고 꺼내 먹었다. 교육된 내용으로는 유통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문제 없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달랐다. 알고보니 이 '반반족발세트'는 오후 7시 30분 폐기가 아니라 오후 11시 30분이 폐기되는 제품이었던 것.
이 장면을 CCTV로 발견한 점주는 A씨를 횡령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자 법원 측은 정식재판에 앞서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A씨에게 20만원의 벌금형 약식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A씨는 약식명령에 불복하고 정식재판을 청구한 뒤 "횡령한다는 고의가 전혀 없었다"라고 무죄를 주장해 재판이 열렸다.
여기서 재판부는 무죄라고 판단했다. 점주가 제출한 CCTV 영상에는 A씨가 '반반족발세트'를 7시 40분경 계산대로 가져가 폐기 대상으로 등록한 뒤 먹으려고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도시락 폐기 시간인 7시 30분 이전에 취식한 것이 아니라 폐기시간을 10여분 더 기다린 뒤 취식을 했다는 것.
그리고 재판부는 A씨가 착각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반반족발세트'는 고기를 비롯한 채소들이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돼 있었다. 일반적으로 냉장식품이 아니라 도시락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는 것. 알바 6일차에 불과한 A씨가 미리 '반반족발세트'가 냉장식품으로 교육받은 것이 아니라면 착각했을 여지가 충분하다는 판단이었다.
게다가 마지막으로 A씨가 자신이 근무하던 편의점에서 5일 동안 최소 15만원의 돈을 들여 상품을 구입한 기록도 무죄의 근거가 됐다. 해당 판사는 "근무 일수가 5일에 불과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라고 봤다. 그는 "피고인이 반반족발세트를 정말 먹고 싶었다면 돈을 내고 먹었을 것"이람녀서 "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