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 만도 못한 사람이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있었다.
18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최종원)는 살인, 특수상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또 15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A씨는 동거 중인 애인을 살해하고 이틀간 시신을 방치한 채 옆에서 생활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고 결국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 사건은 지난 3월 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A씨는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연인인 24세 여성 B씨와 동거를 하고 있었다. 이 때 A씨와 B씨는 함께 술을 마시다가 말다툼이 일어나게 됐다. 이성 문제 때문이었다. 단순한 말다툼이었을 것 같지만 이야기는 점점 심해졌다.
그러던 중 B씨는 A씨에게 "먹여주고 재워줬더니 모텔 값 아껴서 참 좋겠다"라면서 "저기 쿠션 위에서 자고 해 뜨자마자 집에서 나가"라고 말했다. 그러자 A씨는 격분하더니 B씨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그 결말은 살인이었다. A씨는 폭행에 그치지 않고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말았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평소에도 B씨를 상습적으로 폭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지난 1월에도 B씨가 집에서 친구와 사진을 찍었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배를 때렸다. 이후 B씨가 고통에 몸을 웅크리자 가슴과 옆구리를 추가로 폭행했다. 며칠 뒤에는 이성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중 B씨를 침대 위로 넘어뜨린 후 올라타 얼굴을 폭행하고 흉기로 옆구리를 찌르기도 했다.
더 이해할 수 없던 것은 B씨를 살해하고 나서 보인 A씨의 행동이었다. A씨는 범행을 저지른 직후 B씨의 시신을 이불로 덮었다. 그리고 방바닥에 방치했다. 그런 다음 A씨는 태연하게 집에서 넷플릭스에 접속해 영상을 시청하고 음식을 배달시켜 술을 마시는 등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결국 이 범행은 B씨의 가족이 "연락이 닿지 않는다"라는 신고를 해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 의해 드러났다. 사건 발생 이틀 뒤 B씨의 집을 방문한 경찰은 내부에 인기척이 없자 현관문을 강제로 뜯은 뒤 집에 들어갔다. 경찰이 발견한 것은 술에 취해있던 A씨와 B씨의 시신이었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알고보니 A씨는 이미 전과가 있는 인물이었다. 버스에서 처음 본 15세 여학생을 끌고 간 뒤 강제로 유사성행위를 시키고 행인들을 상대로 공갈, 상해, 재물손괴 범죄를 저지르는 등의 행위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아 지난 2021년 8월 출소하기도 했다. 이제는 오랜 기간 감옥살이를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재판부는 "이 사건으로 인해 아무런 잘못 없는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와 고통 속에서 생명을 빼앗겼고, 유족들 또한 피해자가 잔혹하게 살해당하면서 치유할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라면서 "그럼에도 A씨는 유족들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고 있고, 유족들도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엄벌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라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