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유튜브다. 하지만 알고보면 소름 돋는다.
최근 유튜브 채널 'Sary Violine'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상을 보면 평범한 유튜브 채널 같아 보인다. 한 어린 소녀가 등장해 영어로 해리포터 책을 소개하거나 빙수를 먹으면서 브이로그를 찍는다. 그런데 정체를 알고 보면 깜짝 놀랄 수 밖에 없다. 이 소녀의 국적은 바로 북한이다. 북한에서 유튜브를 찍고 있는 것.
이 채널은 지난 1월 27일 처음 생겼다. '송아'라는 이름의 북한 어린이는 현재까지 4개의 영상을 올렸다. 주로 자신의 일상을 담은 영상이다. 채널 소개란을 보면 송아는 자신이 11살이고 소학교(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그러면서 평양은 매우 아름다운 도시라고 소개한다. 구독자는 3만 8천명이 넘는다.
한 영상에서는 송아가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는 "내가 영어를 어떻게 이렇게 잘하는지 궁금할 텐데, 아주 어릴 때부터 엄마에게 영어를 배웠다"라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책은 J.K 롤링이 쓴 해리포터"라고 말한다. 실제로 송아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면서 평양을 소개한다.
또다른 영상에서는 송아가 시원한 팥빙수를 먹으면서 여름을 극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송아는 친구와 함께 평양 대성구역에 위치한 종합식당에서 빙수를 먹는다. 송아는 유창한 영어로 "여러분이 평양에 오게 되면 이 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빙수를 소개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송아는 후속 영상을 예고하면서 "다음엔 문수물놀이장에서 만나자"라고 말했다. 문수물놀이장은 북한에 생긴 호화 워터파크다.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집권 이후 가장 대표적인 치적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이 '송아'라는 유튜버가 북한 정부에서 조직적으로 육성하는 '키즈 유튜버'라고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송아의 정체다. 미국 북한전문매체인 NK뉴스 보도에 따르면 송아는 런던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일했던 외교관 임준혁의 딸이라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과거 북한에서 일할 당시 함께 일했던 인물이 바로 송아의 아버지라는 것. 심지어 송아의 증조할아버지는 지난 2015년 사망한 리을설 북한 인민군 원수라고 전해진다.
북한은 실제로 이렇게 키즈 유튜버를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구글의 유튜브 계정 해지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전략이다. 유튜브는 지금까지 북한이 '조선의 오늘'이나 '우리민족끼리' 등 체제를 노골적으로 선전하거나 호전적인 영상을 올릴 경우 약관 위반 등으로 계정을 폐쇄해 왔다.
심지어 지난 2020년에는 평양의 20대 여성이 출연하는 계정이 완곡하게 체제 선전을 했지만 구글 서비스 약관을 이유로 계정이 사라졌다. 이를 막기 위해 어린이를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들의 인터넷 접속은 금지됐기 때문에 이 영상은 역시 노동당 선전선동부 등이 개입해 제작되는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