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앞에서 강한 발언을 했다. 한국 외교장관이 한 말이라 더욱 놀랍다.
최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는 동아시아정상회의 외교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다. 여기서 박진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발언을 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캄보디아 출국 전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예의주시한다는 언급을 했지만 이 정도로 발언할 줄은 몰랐다.
박진 장관은 외교장관회의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면전에 "가장 절박한 지역·국제정세 몇 가지를 이야기하려고 한다"라면서 "특히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어떤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진 장관은 우크라이나 침공,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문제, 미얀마 사태 등을 거론했다.
특히 박진 장관은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 "긴장 고조 상황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한다"라면서 "한국은 '하나의 중국'이라는 입장을 지지하는 동시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한국에게 중요하며 역내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다. 대만해협에서의 지정학적인 갈등은 만약 격화되면 공급망 교란을 포함해 커다란 정치적 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진 장관의 발언 중에서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은 어떤 상황에서 용납될 수 없다"라는 것은 주로 미국과 일본이 사용하는 표현이었다. 대만에 관련된 중국의 모습이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비판하기 위해 쓰는 것. 이런 와중에 한국 외교장관의 입에서 이런 발언이 나왔다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하자 연달아 무력시위를 벌였다.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실사격 훈련을 하기도 했다. 박진 장관의 발언은 이것을 견제하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외교부 당국자는 "그만큼 굉장히 중요하고 심각하게 이 상황을 보고 있다는 것"이라고 박진 장관의 발언을 설명했다.
게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남중국해 문제도 거론했다. 박진 장관은 먼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서는 "국제법과 질서에 대한 전례 없는 도전으로 유엔 헌장의 주권, 영토보전, 정치적 독립 존중 원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면서 이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국과 필리핀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서는 "남중국해에서의 긴장 고조 행위가 규칙기반 해양 질서에 중대한 도전을 야기한다"라면서 "법의 지배와 규칙 기반 질서 유지를 위해 역내 국가들과의 협력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장관은 러시아와 중국에 모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것.
동아시아정상회의는 아세안 10개국을 포함해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미국, 러시아가 참여하는 전략적 협의체다. 따라서 이날 회의에서는 대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회의장에서는 대만해협의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을 비롯해 국제 정세에 대한 각국의 입장 표명이 이어졌다.
이런 회의에서 박진 장관이 '규칙 기반 질서 유지'와 '힘에 의한 일방적인 현상 변경 반대'를 언급한 것은 우리나라가 중국보다는 미국의 입장에 더욱 손을 들어주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대처도 굉장히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