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부터 성실하게 납부해야 하는 것 아닐까?
우리나라 군은 많은 차량을 운용하고 있다. 탱크와 같은 중장비부터 지휘 차량까지 수많은 차들이 있다. 탱크와 같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장비의 경우 간부들이 직접 운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휘 차량과 같이 일반적인 군 차량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운전병들이 한다.
따라서 이러한 차량들 또한 우리나라 교통법규를 지켜야 한다. 과속을 하지 않아야 하고 신호를 지켜야 한다. 만일 군 차량이 교통법규를 위반할 시 이는 경찰 관할이기 때문에 일반 차량과 마찬가지로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를 납부해야 한다. 그런데 군이 교통법규 위반 과태료를 상습적으로 미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용 차량들은 과태료를 내지 않고 버티는 중이다. 지난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군용 차량에는 교통 과태료 1만 260건이 부가됐다. 납부한 것도 있지만 납부하지 않고 버티는 건도 상당하다. 군은 이 가운데 4,291건을 납부하지 않았다. 전체 적발 건 중 41.8%에 해당한다.
특히 해군의 경우 '버티기'가 만만치 않다. 지난 2017년 해군 차량에는 66건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그런데 해군이 정상적으로 과태료를 낸 것은 단 6건. 91%에 달하는 60건이 미납 상태라는 이야기다. 심지어 국군 수송사령부 소속의 한 차량에는 19만 3,180원의 과태료가 부과됐지만 납부하지 않았다.
이렇게 군이 납부하지 않은 교통 과태료는 최근 5년 동안 액수로 2억 5천만원이 넘어가고 있다. 미납 건수는 지난 2018년 1,281건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해까지 다소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430건에 달해 다시 증가하는 모양새다. 속도위반과 교차로 통행규정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문제는 군이 이렇게 과태료를 미납하고 버티고 있지만 담당하는 경찰이 미납 과태료를 받아낼 길이 딱히 없다는 점이다. 일반인의 경우 과태료를 계속해서 납부하지 않고 버티는 경우 질서위반행위규제법에 따라 체납차의 차량을 압류하는 등 강제적으로 집행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군용 차량을 대상으로 압류를 하기도 어렵다.
국방부 측은 국방부 차원에서 미납 과태료를 납부할 계획은 없다면서 경찰이 군용 차량에 대해서는 과태료를 면제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납 과태료 대부분이 운전병의 임무 수행 중 부과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경찰은 도로교통법 시행령에 따라 '긴급한 용도로 사용되는 자동차'인 경우만 과태료를 면제해주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가정보원의 경우 차량을 몰다가 과태료를 내야하는 경우 보안 때문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면제 신청서를 작성하지 않고 부서의 예산으로 과태료를 납부하고 있다. 경찰 또한 "군용 차량이어도 긴급한 용도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과태료를 면제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