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20대 여성 A씨가 2심에선 실형을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는 "지인이 마약을 몰래 투약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부(부장판사 양경승)는 25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향정) 혐의로 기소된 A씨(22·여)의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법정 구속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쟁점은 A씨가 스스로 약을 먹은 거냐, 아니면 제3자가 먹었느냐다"며 "결과적으로 A씨가 직접 약을 먹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20년 2월 서울의 한 모텔에서 4차례에 걸쳐 향정신성의약품인 메스암페타민(필로폰)을 물에 희석해 스스로 팔에 주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소음 민원을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체포됐으며, 현장에선 필로폰 주사기 5개가 발견됐다. 간이 마약 시약 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으로 나왔다.
그러나 A씨는 "수면제 30알을 복용하고 의식을 잃었을 뿐 마약을 투약하지 않았다"며 "지인이 몰래 마약을 놓았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A씨는 사건 당일 오전 11시 지인 B씨와 함께 모텔에 입실했지만, 오후 1시쯤 B씨만 혼자 퇴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최초 검거 당시 스스로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진술한 점, 과거 동일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두 차례 선고받는 등 '의심 정황'이 있다면서도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필로폰 주사기 5개의 소지자가 밝혀지지 않았고, 용량이 많아 A씨가 2시간 동안 스스로 혼자 투약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며 "A씨가 정신과 약을 다량 복용하고 잠든 사이에 B씨 등 타인에 의해 필로폰이 주사됐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의 진술과 CCTV 등으로 B씨의 인적 사항이 확임됐음에도 수사기관에서 B씨에 대한 조사를 전혀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의 항소로 시작된 2심 공판에서 B씨는 "스스로에게 마약을 투약한 건 인정한다"면서도 "A씨가 화장실로 들어간 것만 보고 약을 투약한 건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B씨가 억한 심정이나 원한을 품어서 거짓말 할 사유가 없다"며 "A씨 스스로도 최초 검거 당시 경찰에게 필로폰을 투약했다고 말한 이후에 진술을 번복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혼자 투약하기엔 양이 많다'는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과거에도 마약에 접촉한 경험이 있고 하루에도 여러 번 같은 마약을 투약했다"며 "당시 A씨가 광란의 상태를 보인 것을 보면 상당한 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A씨가 당시 상황을 비교적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걸 보면 수면제 30알을 먹었다는 변명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스스로 마약을 투약했다고 보는게 합리적이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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