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겸 배우 스티브유(한국명 유승준)가 20일 SNS를 통해 또 다시 여론전을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를 상대로 여권·사증(비자) 발급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수위 높은 글을 올린 것.
그는 "힘없는 한 개인에게 린치를 가해도 누구 하나 말 못 하는 무서운 사회"라며 "누구는 변론의 기회조차도 주지 않으면서, 누구는 증거가 차고 넘치고 최측근들이 죽어 나가는데도 실드를 치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며 이재명 대표를 저격하는 듯한 글을 올렸다.
이어 "나는 21년간 정부가 내린 결정이, 그리고 내가 내린 선택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도 따져보지 않은 채 언론에서 인민재판하듯이 죄인 누명 씌우고 있다"며 "언젠가는 밝혀질 거다. 행여 밝혀지지 않는다 해도 진실이 아닌 건 아니니까 끝까지는 가보겠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대해서 한국의 여러 언론들이 뉴스로 다루고 있지만, 여론은 아주 싸늘하다. 여전히 그의 말은 진정성 없는 뭔가 의도가 있는 발언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대체 왜 그가 아무도 반기지 않는(본인도 분명 알텐데) 한국에 그토록 들어오려고 하는지.
1.사건의 간략 정리
현재 스티브유(이하 유승준)는 어떤 방법으로도 한국으로의 입국이 금지당한 인물이다.
1990년대 한국에서 가수로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유승준은 2002년 군 입대를 앞두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과 동시에 한국국적을 포기해 병역기피 논란이 불거지며 당시 엄청난 이슈를 만들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한국은 병역법과 국적법을 개정하고 재외 한국인 및 외국인들의 국내 영리활동에 대한 여러가지 제약이 만들어졌다. 또 그 이전에는 이런 저런 이유로 병역을 빠져나갔던 연예인들이 자진해서 군대를 가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이 사건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물론 병역 의무를 피하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인물들은 꽤 많다. 그러나 그는 국내에서 영리 활동을 하면서 신체검사도 받고 입영통지서까지 받은 상태에서 미국으로 도피해 시민권을 따 병역을 회피한 유일한 인물이다.
당시 한국의 팬들은 그가 수 차례 국방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발언을 믿고 있었으나, 그는 입대 전 해외 콘서트를 빌미로 미국으로 건너가 LA법원에서 미국시민권을 취득 절차를 밟은 후 현지 대한민국 총영사관으로 가서 대한민국 국적 포기 신청을 했다.
이 사건은 팬들은 물론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충격과 분노를 일으켰다. 당연히 병역법 위반으로 그는 한국 입국이 영구 금지됐다.
항간에는 그에 대한 처분이 "과다하다"는 온정적인 소수의 여론이 있긴 하지만, "설령 유씨의 주장과 같이 현실적인 차별의 결과가 존재하더라도 불법에 있어 평등을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법원의 입장이다.
2.한국에 그토록 들어오려고 하는 이유
위에서 정리했듯이, 유승준은 스스로 미국인이 되기를 선택했고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그 이유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서인 것은 분명한데, 그 여파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것 같다. 다만, "젊은 시절의 실수"라는 표현으로 그가 스스로 이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그는 한국을 들어오기 위해 비자발급을 신청하고 이를 거부당하자 행정소송까지 진행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그가 밝힌 이유는 "자식에게 떳떳한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다. 실제로 그는 친척과 처가, 그리고 조상들의 선산이 한국에 있는데 가족 중에서 자신만이 유일하게 한국에 가지 못하는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리고 자식들이 커감에 따라 왜 아버지가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됐는지를 묻는 것을 고통스러워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는 2004년 결혼 후 4명의 자식을 뒀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한국에 방문하는 것이 그토록 소원이라면 그는 왜 C-3 비자가 아니라 F-4 비자를 신청하고 있는 것일까.
3.실제로는 한국에 들어오고 싶어하지 않을 수도
그가 신청한 비자는 C-3 비자가 아니라 F-4 비자로 알려졌다. C-3는 단기방문 비자로 한국 내에서의 영리활동을 할 수 없다. 그러나 F-4는 자유로운 출입국 및 체류, 취업, 부동산 취득, 건강보험 적용 권리가 포함된 비자로 사실상 한국인이나 다름 없는 대우를 받는 취득이 어려운 비자다.
실제로 법원의 판결문을 봐도 유승준이 굳이 C-3 비자가 아니라 F-4 비자를 신청한 것에 대해 매우 괘씸하다는 입장이다.
만일 그가 처가와 고향의 선산을 가게 해달라며 C-3 비자를 신청했다면 법원이 이렇게까지 강경한 입장이었을까? 즉, 애초에 취득이 어려운 F-4 비자를 신청했다는 사실 자체가 그가 정말로 한국에 방문하길 원하고 있을까를 의심하게 한다.
많은 이들은 그가 한국에서의 활동을 목표로 F-4 비자를 신청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이미 그의 나이는 가수로서의 활동이 끝나가는 40대 중반을 넘어섰다. 그리고 그는 미국 및 중국 활동으로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그는 자신에 대한 한국 내 여론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이미 알고 있다. 이걸 모르고 한국 내에서의 활동을 꿈꿀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의 이런 무리한 행동은 그가 정말로 한국에 방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들에게 자신이 '죄인'이 아니라 '피해자'라는 걸 보여주려는 것이 목적이 아닐까.
그의 말처럼 자식들이 마치 죄인처럼 바라보는 시선이 힘들었다면, 애초부터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C-3 비자를 신청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런데 그는 애시당초 가능성도 없어 보이는 F-4 비자를 신청해 자신이 마치 대한민국으로부터 부당한 차별을 받고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과거 그가 그토록 과감한 행동으로 한국의 법체계를 무시하고 병역을 회피했듯이, 지금 또한 자신을 죄인 프레임에서 끄집어내서 피해자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은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이런 의심은 과도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