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명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다큐 축제에 EIDF측이 오늘 22일 방영하는 3개의 작품을 소개했다.
블러드 브라더 Blood Brother
감독 : 스티브 후버 Steve Hoover
미국 | 2012 | 93분 | 월드 쇼케이스
로키는 절친한 친구 스티브와 함께 떠난 인도 배낭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HIV에 감염돼 버려진 아이들을 만난 로키는 호스피스에 남아 그들을 돌보는데… 로키의 헌신적인 노력과 사랑에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피부색을 넘어 그들은 한 가족이 된다. 2013년 선댄스 영화제 그랑프리, 관객상 수상작.
<전문가 리뷰 : 심영섭>
한 사내가 어둠을 뚫고 오토바이로 병든 소녀를 옮긴다. 사내의 다급한 목소리와 달리 소녀는 축 늘어져 기력이 없다. 인도의 타밀 시의 한 마을. 로키 브랏은 인도에 배낭여행을 왔다가 HIV에 감염돼 버려진 아이들을 만난다. 그리고 어렸을 적 부모가 이혼을 한 뒤로 온전한 가정을 갖기를 소원하던 이 백인 청년은 마침내 자신의 진짜 가족, 충만한 삶과 죽음의 경이와 마주하게 된다. 다큐멘터리 <블라드 브라더>는 감독 스티브 후버의 절친한 친구이자,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로키 브랏의 삶을 뒤따라간다. 3년 만에 비자 문제로 오게 된 미국에서의 로키는 왠지 기운이 없는 식물처럼 보인다. 그러나 곧 인도로 돌아온 그와 뛰어나와 그를 마중하는 해처럼 환한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관객들을 깨닫게 된다. 로키 브랏에게 진짜 피를 나눈 형제들은 바로 이 땅의 아이들이며, 이 땅의 죽어 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스티브 후버는 명징하고 은유적인 이미지들로 한 청년의 내면을 아름답고 신선하게 재구성해 낸다. 그는 영웅도 신도 아닌 한 인간이다. 파리와 쥐가 들끓는 방에서 살고, 지역 주민들이 믿는 미신과 싸우는 중이다. 좀 더 의미 있는 삶에 헌신하기로 한 청년은 지역 처녀와 결혼식을 올림으로써 마침내 인도와 결혼한다. 피부색을 넘은 인류애의 감동을 전해 준 로키 브랏의 삶에 2013년 선댄스 영화제는 그랑프리와 관객상으로 화답했다.
T V : 10월22일(화) 20:20
상영 : 10월19일(토) 11:00 인디스페이스 ㅣ 10월21일(월) 19:00 EBS SPACE ㅣ 10월24일(목) 17:00 인디스페이스
나의 어머니 그레텔 Forget Me Not
감독 : 다비드 시베킹 David Sieveking
독일 | 2012 | 88분 | 가족과 교육
데이비드는 알츠하이머에 걸려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어머니 그레텔을 곁에서 돌보고자 한다. 절망적으로만 보였던 그녀의 병은 놀랍게도 데이비드의 가족을 더욱 가깝게 만든다. 비극으로 보일 수 있는 가족 이야기를 솔직함과 유머로 담백하게 풀어낸 작품. 2012년 스위스 국제영화제 Locarno Festival에서 비평가 대상을 수상했다.
<전문가 리뷰 : 듀나>
명민한 예술가들이 종종 그렇듯, <나의 어머니 그레텔>의 감독 다비드 시베킹은 냉정하기 짝이 없는 아들이다. 어머니 그레텔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그는 카메라를 들고 와 어머니의 정신이 조금씩 스러져 가는 모습, 그리고 그 때문에 은퇴한 수학 교수인 아버지 말테를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겪으며 변화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든다. 이 과정만 해도 충분히 한 편의 영화감이지만, 영화는 그레텔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조금씩 다른 방향으로 간다. 말테가 잠시 여행을 떠난 동안 어머니를 책임지게 된 다비드는 더 이상 자기 집도, 아들도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의 과거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영화는 카메라 앞에서 알츠하이머로 얌전히 죽어 가는 노인의 모습에 아들의 취재를 통해 밝혀진 6,70년대의 격동기를 지나며 열린 결혼과 정치적 저항 운동에 몸을 던졌던 젊은이의 모습을 더해, 단순히 막연한 어머니나 아내, 알츠하이머의 희생자가 아닌한 사람의 독립된 인물로서 그레텔 시베킹의 초상을 완성해 낸다.
T V : 10월22일(화) 22:00
상영 : 10월22일(화) 15:00 KU 시네마테크 ㅣ 10월24일(목) 13:00 인디스페이스
”위 약관에 동의합니다” Terms and Conditions May Apply
감독 : 컬른 호백 Cullen Hoback
미국 | 2012 | 79분 | 기술과 문명
흔히들 어느 사이트에 회원가입을 할 때 습관적으로 기나긴 약관은 무시한 채 ‘동의합니다’ 버튼을 누른다. 그러나 한 번의 클릭으로 우리는 온갖 사항들을 지나치는 동시에 쉽게 개인정보를 넘겨주는 꼴이 된다. 당신이 모르는 사이 펼쳐지는 온라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관련된 수많은 일들을 공개한다. 약관 동의 절차에 대한 불편한 진실, 빅 데이터인가 은밀한 침해인가.
<전문가 리뷰 : 듀나>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무료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가입 이전에 읽게 돼 있는 몇 페이지 분량의 약관은 건너뛰고‘ 동의함’ 버튼을 누른다. 그런데 여러분은 그 버튼을 누르기 전에 그 장황한 글자들 속에 어떤 조건이 숨겨져 있는지 생각해 본 적 있는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약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을까? 우리가 공짜로 즐기는 그 편리함이 정말 공짜일까?”“위 약관에 동의합니다””는 우리와 같이 게을러빠진 관객들을 위해 그 작은 글자들을 대신 읽어 준다. 영화는 정교한 예시와 적절한 인터뷰를 통해 정보화 사회에서 우리의 사사로운 삶이 얼마나 아슬아슬하고 깨지기 쉬운 것인지를 보여 준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동의함’을 누르고 그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아들이는 바로 그 순간부터 우리가 당연시했던 프라이버시의 권리는 송두리째 날아가 버린다. 그것들은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되고 대기업의 소유물이 된다.“위 약관에 동의합니다”의 어조는 발랄하고 활발하지만 영화가 제시하는 미래는 웬만한 할리우드 공포 영화들을 뺨칠 정도로 무섭다.
T V : 10월22일(화) 23:35 ㅣ 10월25일(금) 13:35
상영 : 10월19일(토) 12:20 KU 시네마트랩 ㅣ 10월23일(수) 19:10 KU 시네마트랩 ㅣ 10월25일(금) 17:00 인디스페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