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유명 다큐멘터리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다큐 축제에 EIDF측이 오늘 21일 방영하는 3개의 작품을 소개했다.
오백 년의 약속 Where Is My Son?
감독 : 안재민
한국 | 2012 | 52분 | 페스티벌 초이스
95세의 노모와 70세의 아들. 안동 예안 이씨 충효당파 17대 종손 이준교 씨는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10년째 모시고 있다. 유서 깊은 가문의 종손이지만 그는 수십 년 동안 집을 떠나 살아왔다. 홀로 충효당을 지켜 온 노모를 모시기 위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지만 그가 제 역할을 다하며 사는 것은 녹록치만은 않은 일인데… 2012 EIDF 사전제작지원작.
<전문가 리뷰 : 지용진>
<오백 년의 약속>은 지금 시대가 잊고 있는 가치를 스크린에 소환했다. 바로 효(孝)의 가치다‘. 효’라는 단어조차 생소해진 시대, 그 진정한 의미를 되새긴다는 점에서 <오백 년의 약속>은 근래 보기 드문 다큐멘터리다. 안동 하회마을에 살고 있는 이준규 씨는 홀어머니 권기선 씨를 모시고 산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헌신을 다하는 아들의 모습은‘, 인간극장’류의 휴먼다큐보다 더 큰 감동을 자아낸다. 이 작품은 두 사람이 꽃밭에 앉아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거나 함께 밥을 먹으며 반찬을 챙겨 주는 모습 등 모자(母子)의 일상적인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어떤 연출이나 장치 없이 주제를 전달하려는 감독의 의도로 보인다. 다큐멘터리는 초반에 두 사람의 평온하고 밝은 모습을 담았다면 후반으로 흐르면서 쓸쓸하고 안타까운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아들이 힘겨운 자세로 일어나려는 어머니를 부둥켜안는 모습에서는 세월의 야속함마저 전해진다. <오백 년의 약속>은 흐르는 세월을 따라 생(生)을 다하는 자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내며‘,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대답을 들려준다. 그것은 바로 효라는 사실을.
T V : 10월21일(월) 23:50
상영 : 10월19일(토) 13:00 KU 시네마테크 l 10월20일(일) 17:00 KU 시네마트랩 l 10월24일(목) 15:50 KU 시네마테크
마리안과 팸 The Genius of Marian
감독 : 뱅커 화이트, 애나 피치 Banker White, Anna Fitch
미국 | 2013 | 84분 | 가족과 교육
팸 화이트는 자신의 어머니인 마리안 스틸을 추억하기 위해 책을 쓰려고 한다. 마리안은 미국의 예술가이며 알츠하이머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곧 팸 자신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기억을 잃어 가고 있음을 알게 된다. 팸의 아들 뱅커는 그녀의 기록을 돕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찍기 시작한다. 알츠하이머로 서서히 변해가는 가족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포착해 낸 작품.
<전문가 리뷰 : 이상용>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인 팸 화이트에게는 소망이 있다.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천재적인 화가였던 어머니 마리안 스틸을 기념할 수 있는 책을 쓰는 것이다. 팸의 아들이자 영화감독인 뱅커 화이트는 이 작업을 도와주기로 한다. 이 과정은 자신의 어머니 팸과 할머니 ‘마리안’의 그림을 기록하는 작업이 되며,그의 가족사이자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된다. <마리안과 팸>속에는 여러 시선들이 교차한다. 가족사를 바라보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입장과 자신과 동일한 알츠하이머에 걸렸던 마리안과 팸의 여성적 입장이 영화를 가로지른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 가지의 시선이 더 개입하는데 그것은 삼대에 걸친 한 가족의 연대기를 지켜보는 관객의 시선이다. 가족을 담은 슈퍼 8mm기록영상과 낡은 흑백 사진, 그리고 마리안의 그림은 이 영화가 예술의 본성을 이해하도록 이끌어 준다. 그림과 필름과 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예술이 아니라 기록이며, 진정한 기록이야말로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감동과 의미로 다가갈 수 있는 열쇠다. 이 사적인 다큐멘터리가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도 알츠하이머라는 비극적 배경 때문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화가(할머니)마리안, 책을 쓰는 팸(어머니)그리고 영화 감독 뱅커(아들)의 행위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된 것이기 때문이다.
T V : 10월21일(월) 22:20
상영 : 10월20일(일) 11:00 KU 시네마트랩 l 10월23일(수) 11:00 인디스페이스
운전 어디서 배웠니? And Who Taught You to Drive?
감독 : 안드레아 티라 Andrea Thiele
독일 | 2012 | 57분 | 월드 쇼케이스
독일에서 유학하는 한국인 혜원, 인도로 간 독일인 미렐라, 일본에서 일하고자 하는 미국인 제이크. 그들은 각각 새로운 나라에서 운전면허를 따고자 하지만 낯선 운전 문화에 번번이 곤혹을 느낀다. 이제 운전은 단순히 차를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법과 낯선 문화에 적응하는 일이다. 그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는 코미디 이상의 큰 공감과 웃음을 준다.
<전문가 리뷰 : 지용진>
다큐멘터리 <운전 어디서 배웠니?>는‘시각’에 관한 다큐멘터리다. 외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따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세 사람을 통해 다른 나라와의 문화적 차이에서 빚어지는 해프닝을 담아냈다.독일로 유학 온 한국인 혜원,인도에 사업차 온 독일인 미렐라,일본에 일을 구하러 온 제이크. 이 세 사람은 각자의 목적을 갖고 운전면허증 취득에 도전한다. 하지만 과정이 만만치 않다. 혜원은 속도를 강조하는 독일 운전 문화가 낯설고,미렐라는 주차장과 다름없는 인도의 도로가 끔찍하다. 또 제이크는 운전석이 미국과 반대인 일본 자동차가 적응이 안된다. 이 작품은 ‘운전’을 소재로 이방인의 시각에서 본 ‘문화적 차이’를 보여 주며, 좌충우돌 도전 과정을 유머러스하고 솔직하게 그려 냈다. 무엇보다 독일,일본,인도 세 국가를 무대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이질적이거나 산만한 인상은 주지 않는다. 또 이 작품의 미덕은 감상에 젖거나 호소하는 대신 어떤 풍경을 전시하며 관객들이 상황에 빠질 수 있는 담백한 연출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T V : 10월21일(월) 20:20
상영 : 10월22일(화) 13:00 인디스페이스 l 10월23일(수) 17:00 KU 시네마트랩 l 10월24일(목) 11:00 KU 시네마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