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선물의 가격과 선물의 의미는 서로 다른 것이기 때문이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최근 33쌍의 결혼을 앞둔 커플을 조사한 결과 약혼반지를 고르는 남자의 입장에선 여자들이 비싼 반지일수록 더 큰 만족도를 가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자들은 가격에 따른 만족도의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의아한가? 아니, 당연한 일이다. ‘약혼’이라는 의미가 담긴 ‘반지’는 그 메시지의 가치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받는 사람의 입장에선 반지의 가격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결혼’이라는 메시지의 가치는 반지의 가격 따위는 쉽게 압도하기 때문이다. (팁을 하나 도출하자면 만일 상대방이 약혼반지의 가격에 신경쓰는 기미가 보이면 빨리 달아나라. 이 여인은 당신과의 결혼보다는 반지의 가치에 더 매료되는 속물이다!)
그러나 갖고 싶어하는 물건을 경제력 부족으로 사기 어려울 경우는 오히려 반대로 작동한다. 평소 갖고 싶었던 명품백을 선물받는 여자들은 누구나 최고의 만족도를 보인다. 경제력의 부족으로 구매가 어려웠지만 항상 갖고 싶었던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팁을 하나 더 도출하자면, 명품백을 받고 기뻐한다고 자신의 여인을 속물이라고 규정하면 안된다. 명품백은 일반적인 여인들이 항상 갖고 싶어하지만, 가격이 부담스러워 드림 아이템이 됐을 뿐이다)
요컨데, 선물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최상이다. 단, 혼돈하지 말아야할 것은 선물은 상품 그 자체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로 작동한다. 이것은 심지어 ‘명품백’을 선물할 때조차도 마찬가지다. 다음의 사례를 살펴보자.
(1)명품백을 쉽게 선물한다 : 나는 돈이 많아서 이런 것쯤 쉽게 사줄 수 있으며, 너가 나의 ‘경제력’에 매료되기 원한다
(2)명품백을 어렵사리 선물한다 : 나는 너가 꼭 갖고 싶은 것을 사주기 위해 내가 갖고 싶은 것을 ‘희생’하며 노력했다
(1)의 전략은 흔히 부자들이 즐길 여자들을 구하기 위해 쓰는 선물 공략법이다. 고전적인 수법이며 높은 성공률을 자랑한다. (1)의 명품백에는 ‘경제력’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반면, (2)의 경우는 ‘희생’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으며 만일 상대방이 나의 평범한 경제력 수준을 파악하고 있다면, 굉장한 파괴력을 자랑한다.
요컨데, 명품백 선물이라고 다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만일 당신이 명품 시계 하나 없이 수수한 차림의 남자라면 아무리 호기롭게 명품백을 선물한다고 해도 ‘경제력’이라는 선물의 메시지는 전달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즐길 여자에게 (2)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최악이다. 당신은 결국 돈만 날리고 마음의 상처만 입을 것이다.
다시말해, ‘명품백’이 관건이 아니다. ‘경제력’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명품백’이 아니라 ‘최고급 호텔’에서의 한끼 식사로도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도 있고 ‘희생’이라는 메시지로 한 여인의 마음을 얻고자 한다면 다른 방법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다만, 여기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의 심리학 교수 토드 캐쉬댄에 따르면, 남자는 받은 선물만큼의 무언가를 다시 되돌려줘야한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지만, 여자들은 그런 생각을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너무 비싼 선물을 주는 것은 대부분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역효과를 발휘하곤 한다.
중요한 것은 ‘선물’을 통해서 전달 가능한 메시지다. 따라서 선물의 가격은 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건은 아니다. 때로는 필요할 때도, 때로는 필요없을 수도, 때로는 버려야할 때도 있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역시 ‘선물에 담긴 의미’가 선물의 알파이며 오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