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네이버 웹툰에서 장르 불문의 톡득한 스타일로 독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던 해다란 작가의 웹툰 ‘어른스러운 철구’가 연재를 중단한 지 무려 3년만인 올해 7월부터 2부 연재를 재개했다.
항상 시니컬한 표정에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언행을 일삼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 ‘철구’가 주인공인 이 만화는 언뜻 일본의 인기 만화 ‘짱구는 못말려’와 비슷한 류가 아닐까 싶은 웹툰이었지만, 진한 사회성을 다루면서 과학과 비과학을 넘나드는 전대미문의 블랙코미디 장르로 드러나면서 독자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철구의 엄마인 ‘민경’은 열살 때 인공수정을 위한 난자를 기증하면서 고아원을 빠져나온 철구의 엄마이자 고등학생이며, 철구를 탄생시킨 이박사는 ‘신바람 이박사’의 모습을 닮은 캐릭터에 남모르는 비밀과 애환을 갖고 있다.
철구가 왜 어른스러운가에 대한 이유가 이 만화를 끌어가는 주요 플롯인데, 이 대목에서 해다란 작가는 ‘공상비과학’이라고 스스로 정의를 내렸지만, 독자들은 ‘깜짝 놀랄만큼 드라마틱하고 심오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구체적인 사연은 스포에 해당하므로 1부 정주행을 통해 확인하자.
‘어른스러운 철구’가 독자들 사이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가볍고 귀여운 터치 속에 끔찍한 현실과 역설적인 윤리, 비과학을 빙자한 존재론적 철학 등 다양한 코드를 삽입한 내용도 화제였지만, 이 작품을 만든 작가에 대한 관심도 한몫했다. ‘해다란’이라는 필명을 쓰는 작가는 실제로는 20대 초반의 여성 만화가로 ‘어른스로운 철구’는 그녀의 첫 데뷔작.
그러나 작품의 내용만으로는 봤을 때는 그녀가 어떤 이력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몇 살인지, 심지어는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을 정도로 그 수준과 스타일이 오묘했던 것. 작품 중간중간에 나오는 몇몇 떡밥을 통해서 그녀가 여자이며 ‘정글고등학교’와 ‘쌉니다 천리마마트’를 집필한 김규삼(애칭 Q3) 작가를 흠모하는 듯한 대목이 나와서 그 연령대를 겨우 짐작만 할 수 있는 정도였다.
데뷔작이었기에 더욱 베일에 싸여있었고 자신을 스스로 드러내지도 않았던 해다란 작가는 2010년 갑작스럽게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가야할 지 모르겠다’며 깜짝 고해성사를 던지고 ‘어른스러운 철구’를 시즌 1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중단했었다. 그리고 텐아시아 인터뷰를 통해 1년 정도 후에는 다시 연재를 재개하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시간은 예상보다 더 많이 흘렀다. 그리고 1부 종료 후 2년 반만인 올해 7월 느닷없이 시즌 2가 시작됐다. 그녀의 복귀를 알리는 기발한 내용의 ’2부 컴백화’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그녀의 컴백을 고대하고 있었는지 알기에 충분한 댓글이 달려 있다.
“내가 중1때 이게 끝났는데, 고1이 되었어요!”라는 한 독자의 댓글은 현재 베스트댓글로 올라와 있다.
가벼운 터치로 그린 만화 속에 세상에서 벌어지는 끔찍하고 진지하며 오묘한 이야기들을 공상과 비과학으로 비틀고 꼬아서 만든 블랙코미디 웹툰 ‘어른스러운 철구’의 1부 정주행을 추천한다. 총 70화로 대략 5시간이면 소화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