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 수첩]이 최근 한류 열풍을 따라 늘고 있는 ‘성형 관광’의 실체를 파헤친다.
서울 압구정역 4번 출구로 나가 둘러보면 한국어와 외국어로 표기된 성형외과 간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 수만 해도 300여 개, 무려 서울시 성형외과의 74%가 강남구에 밀집해 있다. 최근에는 의료관광이 허용됨과 동시에 한류 열풍을 따라 찾아 온 외국인 손님 역시 강남을 택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성형 피해자들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까지 찾아 왔지만 병원은 수술 전·후, 전혀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주장한다. 성형 1번지 강남거리에서 벌어지는 병원들의 환자 유치 경쟁 실태와 문지기 없이 열어놓은 ‘의료 관광’의 소홀한 제도와 관리·감시의 문제점들을 [PD 수첩]이 집중 취재했다.
대한민국은 성형강국? 깨져버린 ‘코리안 드림’
지난 8월, 중국의 한 지상파 방송에서 한국 성형을 비판하는 내용이 전파를 타 한국 성형외과에 큰 파장을 주었다. 한국에서 성형한 중국 환자들 중 매년 부작용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는 내용을 필두로 한국 성형외과의 병원 장사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실제로 중국의 유명 사이트들을 찾아보면 한국 성형에 대한 비난의 여론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형 강국, 한국!’을 외치며 찾아오던 이들이 한국을 비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제작진은 성형 부작용의 고통을 호소하며 두 달 째 한국에 머물러 있는 양양(가명, 22) 씨를 만났다. 그녀는 한국에서 양악 수술로 예뻐진 친구들과 여러 광고를 보고 지난 3월, 광대와 얼굴의 브이 라인을 위한 양악 수술까지 4천여만 원을 들여 한국에서 성형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이 아니었다. 아래 턱 뼈가 지나치게 후퇴되어 교합이 맞지 않은 상태가 된 것. 그녀의 상태를 검진해 준 양악 및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오랜 기간 한국에 머물 수 없는 외국인에게 교정에서 수술까지 최소 1년 이상이 걸리는 수술을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한다. 최소 2달에 한 번씩은 교정 치료를 몇 차례 병행해야 하는 수술인데도 심미적 욕심에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 쉽게 수술을 감행하다 보면 부작용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양양은 자신의 양악수술이 실패한 데는 또 다른 원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녀가 성형수술한 병원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정부가 발급해준 ‘합법 브로커’, 그 차이는 무엇인가?
포화 상태에 이른 강남의 성형외과 병·의원, 과열 경쟁으로 덤핑 수가가 일어나며 심각한 문제가 일어날 즈음 성형외과 거리에 단비 같은 소식이 날아들었다. 2009년 의료관광 활성화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외국인 환자유치가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는 외국인 유치를 희망하는 업체와 의료기관에 조건에 따른 외국인 유치 등록증을 발부했다.
중국인 모진연(가명, 37) 씨는 보건복지부의 인정을 받아 등록된 모 유치 업체의 소개로 강남의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광대에서 턱 보형물 수술까지 7부위를 성형수술하고 약 3, 500만원의 수술비를 지불했다. 그런데 수술 직후 안면 신경이 마비돼 웃으면 양쪽 눈의 크기가 달라지고, 한쪽 눈과 입술의 입 꼬리가 올라가지 않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게다가 한 쪽 볼에 미세한 경련이 일고 있다. 재수술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고, 모진연 씨는 더 이상 병원을 믿을 수 없다며 피해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은 책임여부에 따른 법적 규명이 필요하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였고, 그녀를 병원에 소개한 업체 또한 중개업자의 책임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한국의 성형기술을 찾아 온 외국인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외국인 환자 유치 제도의 허점과 그로 인한 피해와 문제점을 [PD 수첩]이 살펴봤다.
경계선 없는 등록과 무등록, “환자만 데려온다면 무조건 환영”
현재 강남의 성형거리를 쥐고 흔드는 건 정식 등록 유치업체가 아닌 미등록 상태의 불법 브로커들이다. 그 중 현재에도 불법 브로커로 일하고 있는 소향(가명)씨를 만나 등록과 미등록 유치업자의 차이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그녀는 외국인 환자유치등록증은 ‘빛 좋은 개살구’일 뿐, 실제 병원과의 거래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주장한다. 미등록유치업체에 대한 정부의 단속조차 없는 현실에 굳이 세금을 내며 등록 유치업체로 활동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등록 유치업체가 도산하는 가운데 5~60%이상의 높은 수수료를 받으며 외국인 수술비용을 높이는 불법 브로커들이 한국 성형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외화를 벌어들이는 숨은 일꾼인 것인지 집중 취재했다.
강남 거리의 무한 경쟁 “손님을 모셔라!” – 수단을 가리지 않는 그들의 영업행태
강남에 모여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 병원만 300여개. 게다가 내과, 산부인과 같은 비전문의 또한 성형외과로 전환함에 따라 강남구에 성형을 진료하는 병원은 600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지역 성형외과의 70% 이상이 몰려있는 성형 1번지인 강남. 관계자들은 이렇듯 성형 관련 병원들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어 손님들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그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무분별한 수술은 그만큼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게 돼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성형 수술의 부작용은 외국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연희(가명, 24) 씨 역시 적발된 브로커로부터 대출을 받아 성형수술을 했다. 눈과 코를 수술하는 비용은 800만원, 이자까지 합쳐 1000만원을 빌려 성형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한 달 뒤부터 문제를 일으킨 눈은 세 겹이 되고 코까지 문제를 일으켜 재수술을 받아야할 처지가 됐다. 해당 병원을 찾아가자 병원은 800만원의 수술비 중 100만 원의 비용만 받았기에 재수술을 해줄 수 없다고 했다. 알고 보니 병원을 소개해 준 브로커가 700만 원을 챙긴 것이다. 결국 그녀는 또 다시 천만 원을 대출해 재수술을 해야만 했다. 고연희 씨처럼 국내 환자를 병원에 알선, 유치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건 의료법상 명백한 불법이다. 적발 이후에도 여전히 병원과 브로커의 은밀한 거래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성형 부작용부터 불법 브로커 문제까지, 한국의 ‘질 높은 의료 관광’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는 ‘성형 관광’의 실태와 과열된 경쟁으로 발생하는 ‘무분별한 성형 수술’에 따른 부작용을 고발하는 [PD 수첩]은 오는 9월 10일(화) 밤 11시 2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