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를 '재밌게'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조건은 바로 '광클'일듯 합니다. 대학 시절 좀 더 편안한 한 학기를 만들기 위한 수강신청부터 콘서트, 야구 포스트시즌, 선착순 판매 등 우리는 치열하게 랜선으로 경쟁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광클'이 필요한 곳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바로 '고궁'입니다.
경복궁을 비롯해 창덕궁, 창경궁이 야간개장을 실시한 것은 3~4년 전 부터 입니다. 고궁의 폐쇄적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국민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기 위해 시작됐죠.
새로운 고궁의 모습을 볼 수 있어 호평 받았지만, 문제점이 생겼습니다. 인원 제한을 하지 않아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몰린 것이죠. 야간 고궁 만이 가지고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깨지는 것은 물론, 일부 무질서한 모습으로 인해 고궁이 더러워지는 일도 발생 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바로 '인원 제한'이죠.
인원 제한을 시작한 이후 야간 고궁은 그야말로 '돈 주고도 가기 힘든' 곳이 됐습니다. 각 고궁 별로 하루에 약 1~2천명 가량 선착순 예매를 받습니다. 인터넷 예매 후 잔여분을 현장 판매분으로 내놓기 때문에 현장에서 표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고, 인터넷에서는 마치 수강신청, 가을야구 예매처럼 '클릭 전쟁'이 벌어졌습니다.
어찌보면 신기한 현상입니다. 고궁은 젊은 사람들에게 '경치는 빼어나지만 약간은 지루한' 곳으로 인식됐습니다. 그런데, 야간개장이 시작되고 나서는 젊은 사람들의 모습이 고궁에 눈에 많이 띕니다. 데이트 명소로도, 사진 촬영 명소로도 각광 받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고궁에 열광하기 시작한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특별한 분위기'일 것으로 보입니다. 야간개장을 실시하는 고궁들은 많은 조명을 켜지 않고, 분위기 있게 일부 중요한 시설물에 은은한 조명을 배치합니다. 경복궁 역시 경회루 등 일부 건물에만 조명을 배치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대형 전통 건축물의 야경은 경주 등 옛 수도였던 지역에나 가야 이런 광경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선뜻 가기 힘든 곳이죠. 하지만, 야간개장이 시작되면서 서울에서도 전통 건축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멋진 야경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게다가 입장 제한은 고궁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욱 살려주는 역할을 하는데 성공 했습니다. 1~2천명 수준의 관람객은 평일 오전 관람객 수와 비슷합니다.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관람이 가능한 것이죠. 사람이 너무 많아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다른 핫스팟에 비해 여유롭다는 점도 한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야간개장의 희소성도 인기 비결 중 하나로 꼽힙니다. 처음 인원 제한 없이 야간개장을 시작했을 때는 이렇게 큰 관심을 끌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인원 제한이 시작되면서 고궁 야간개장은 사람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예매 오픈 때마다 사이트가 마비되는 상황이 관심도를 잘 보여주고 있죠.
야간개장은 언제나 하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입장할 수도 없습니다(덕수궁 제외). 제한된 기간 동안 제한된 인원이 야간 고궁을 볼 수 있습니다. 하루 관람 가능 시간은 단 3시간입니다(오후 7~10시). 고궁의 야경이 호평을 받으면서 이 희소성의 가치도 사람들에게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입니다. 언젠가는 한 번 쯤은 꼭 가보고 싶은 곳이 된 것이죠.
서울 내 고궁들은 연 4~6회 야간개장을 실시합니다. 단, 덕수궁은 상시개방이어서 언제든지 찾아가도 무방합니다. 각 궁마다 일정과 수용 인원이 다르기 때문에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클릭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역시 '선택과 집중'이 필수입니다.
표를 구하지 못했을 때 암표나 직거래 등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장 시 표와 함께 신분증을 확인하기 때문에 표를 예매한 본인만 입장이 가능합니다. 야간개장 시즌마다 시중에 암표가 등장하기 때문에 이 점을 명확히 인지해야 합니다.
아직 고궁 야간 방문의 기회를 잡지 못하셨다면, 다음 기회에는 한 번 '광클 전쟁'에 뛰어들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음 고궁 야간개장은 정월 대보름, 또는 설날이 유력합니다. 참고하세요!
고궁 야간개장 티켓 예매 사이트
옥션티켓 : http://ticket.auction.co.kr
인터파크 티켓 : http://tiket.interpark.com
입장료 정보
덕수궁 : 무료
경복궁 : 3,000원 (일 1500~2000명)
창경궁 : 1,000원 (일 1700~2200명)
창덕궁 : 30,000원 (일 1~200명, 창덕궁 달빛기행)
[사진 = 고궁 야간개장 ⓒ 오펀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