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좋은 영화에 대한 열광적인 찬양만큼 졸렬한 영화에 대한 혹평에도 열정적이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그저그런 평범한 졸작들이 아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고 유명 스타들이 동원되고 심지어 유명 감독들이 만들었다. 그래서 화끈하고도 화려하게 망해먹은 졸작들이다.
이미 본 사람들은 이 글을 통해 새로운 감회로 추억에 잠기겠지만, 못 본 사람들은 어떨까?
어쩐지 "절대 보지 말라"는 '대실망쇼'를 호기심에 보러 갔다가 정말로 '대실망' 하는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의 한장면을 재현해보고싶은 삐뚤어진 마음도 든다. 솔직히 독자들이 이번 주말에 이 영화들을 본다면 우리는 꽤 즐거울 것 같다.
오펀이 술자리에서 망한 영화 얘기만 나오면 단골로 등장하는 전설적인 작품 중에서 5개를 골라봤다. 네티즌 한줄 평이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을 알려준다.
1. 긴급조치 19호
제목부터 유신시대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 영화는 대한민국의 모든 가수를 체포한다는 '긴급조치 19호'가 발령된다는 설정으로 만든 작품이다. 보다보면 유신 시절 정부의 독재 아래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풍자한 것 같기도 하다.
꽤 신선한 소재지만, 영화는 제대로 흥행 참패의 시련을 겪었다. 제작자였던 서세원이 본인의 인맥으로 많은 가수들을 섭외해 카메오로 출연 시켰지만, 특별한 내용없이 그저 가수에게만 의존한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당시 언론은 '황당한 3류 코미디 영화', '무뇌(無腦) 영화' 등 악평이란 악평은 다 쏟아낸듯.
장르 : 코미디
감독 : 김태규
주요 배우 : 홍경민, 김장훈, 공효진 등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01분
네티즌 촌철살인 한줄 평 : 개봉 당시 여친이랑 봤는데 갑자기 헤어지자네. 그게 벌써 10년 전이야…
2. 다세포소녀
일명 '쾌락 명문' 무쓸모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선생님과 제자가 성병으로 나란히 조퇴하고, 학생회장과 부회장이 SM커플로 등장하는 등 설정 자체부터 파격적이다. 주인공 김옥빈은 원조교제로 가족을 부양하는 효녀(?)로 열연한다.
당시의 관념에서 벗어난 시도는 높이 평가받을만 하지만, 영화는 '긴급조치 19호 이후 최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이 영화를 만든 이재용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내가 어쩌자고 이런 영화를 했는지 지금도 실감이 안난다"는 코멘트를 남겼다.
장르 : 코미디, 로맨스
감독 : 이재용
주요 배우 : 김옥빈, 박진우, 이켠 등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11분
네티즌 촌철살인 한줄 평 : 공부를 하는 게 더 재밌겠네
3. 클레멘타인
1984년도를 겪은 사람들이 주로 아는, 그래서 지금의 20대는 잘 모를 수도 있는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 역시 충분히 강렬했다. 미국 LA에서 펼쳐진 '세계태권도챔피언' 결승전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엇갈린 길을 걷는 '승현'의 모습을 그렸다. 벌써부터 한국의 전통으로 포장한 K-영화의 냄새가 폴폴 나지 않는가?
이 영화가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당시 유명 할리우드 스타였던 스티븐 시걸이 출연했기 때문. 하지만, 그는 100분의 러닝타임 중 약 15분 가량 출연하고 출연료로 12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주연이었던 이동준은 지난 8월 KBS 2TV '여유만만'에 출연해 "50억을 투자했는데 모두 날렸다"고 말하면서도 "시걸 형, 그래도 원망 안해요"라는 위트 있는 멘트로 폭소를 터뜨렸다.
장르 : 액션
감독 : 김두영
주요 배우 : 이동준, 김혜리, 스티븐 시걸 등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00분
네티즌 촌철살인 한줄 평 : 모니터도 울고 외장하드도 울고 숨어있던 바이러스도 울었다
4.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라는 게임 속에서 벌어지는 모험(?)을 그렸다. 컴퓨터 가상 공간 속에서 성냥팔이 소녀를 구하는 게이머의 여정인 셈. 당시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CG 기술이 많이 적용되어 제작비만 1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개봉 당시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좋았으나, 관객들의 평가는 혹평 일색이었던 것. 당시 주연이었던 임은경은 혹평에 상처를 받았던듯. 이후 그녀는 8년 만에 컴백한 자리에서 "이후 TV를 전혀 안봤다"는 솔직한 고백을 털어놓았다.
장르 : 액션, 판타지
감독 : 장선우
주요 배우 : 임은경, 현성 등
등급 : 15세 관람가
러닝타임 : 125분
네티즌 촌철살인 한줄 평 : 제작비가 110억? 109억원은 회식비였나요?
5. 디워(D-war)
심형래 감독이 만든 블록버스터 SF 영화. LA 도심 한복판에 나타난 악한 이무기 '부라퀴'와 맞서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렸다. 애국 마케팅이 먹혀들면서 놀랍게도 '디워'의 흥행은 성공했다. 전국적으로 약 800만 명이 넘는 관객수를 기록하며 한 때 '디워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관객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처참했다. 심지어 미국에서도 혹평이 쏟아졌다. 한 미국인은 WWE(미국 프로레슬링) 경기에 '디워 보지마!'라는 피켓을 들고 갔다가 중계에 잡히기도. 심형래의 위대한 꿈은 'CG가 좋다고 영화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는 교훈을 준 것으로 끝났다.
장르 : 액션, 판타지
감독 : 심형래
주요 배우 : 제이슨 베어, 아만다 브룩스, 크레이그 로빈슨 등
등급 :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 90분
네티즌 촌철살인 한줄 평 : 이거 평점 0점 못주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