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탕면, '우육탕면', '신라면' 등 라면 이름은 보통 첨가물이나 맛을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짓는게 정석이다. 그런데 라면과 너구리가 대체 무슨 상관이 있길래 '너구리'라는 이름으로 지어진걸까?
그래서 한번 찾아봤다. 대체 왜 너구리인지.
1.너구리 꼬리가 통통해서 너구리라고 지었다.
이 생각은 사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추측하는 설이다.
네이버 지식인에서도 "돼지도 통통한데 왜 하필 너구리냐?"라고 물어보는 질문에, "너구리 꼬리가 통통해서 그렇다"라는 설명이 꽤나 많다.
"설마 너구리를 넣어서 너구리겠어요?"라는 얘기처럼, 라면 이름에 너구리가 들어간 것에 그닥 큰 의미는 없다는 얘기.
설마.
2.'너구리'는 일본의 '타누키 우동'에서 유래된 이름이다.
너구리는 정확히는 우동식 라면이다. 그래서 면발이 굵고 미역과 다시마가 첨가된 맛을 내고 있다.
일본의 우동은 크게 '키츠네 우동'과 '타누키 우동'이 있다. 키츠네 우동은 '여우'라는 뜻인데 큼직하고 달작지근한 유부가 올라간 우동. 반면에 타누키 우동은 '너구리'라는 뜻이고 속 빈 튀김 조각을 뿌려서 올린 우동인데 너구리라는 이름은 여기서 힌트를 얻어서 가져왔다는 것.
이 설을 증명하는 사례가 초기 너구리에는 바로 이 타누키 우동에 올라오는 튀김조각이 들어 있었던 것.
어느샌가 이 튀김조각 첨가물은 없어졌지만, 오랜 기간 너구리를 먹어온 사람들은 그 튀김조각이 들어 있는 투명한 비닐주머니를 기억할 듯.
따라서 센스 넘치는 이 '너구리'이름은 사실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라는 얘기.
3.'너구리' 이름을 붙인 책임자가 너구리 매니아다.
이 황당하게 들리는 설의 근거는 이렇다.
지금은 너구리 라면 봉지에는 '너구리' 그림이 없어졌다.
그러나 오랜 기간 너구리 그림이 붙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안성탕면에도 이 '너구리' 그림이 붙어 있는 시절이 있었던 것.
안성탕면은 지금의 맛과 위상과는 달리 너구리가 나오기 이전까지 굉장히 대중적으로 사랑받던 농심의 대표 라면.
그런데 이 안성탕면에 엉뚱하게 '너구리' 그림이 붙어 있었다는 것은 언뜻 이해가 잘 안되는 사안으로, 농심에서 이름을 결정하는 책임자가 개인적으로 엄청난 너구리 매니아이기 때문에 안성탕면에도 너구리 그림을 붙여넣은 것이 아니냐는 설.
설마 싶은 주장이지만, 사실 전세계의 많은 제품명들이 제작자의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된 이름으로 출시되는 사례는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어서 쉽게 무시할 수만은 없다는 일각의 주장이 있다 .
믿거나 말거나.
어쨌든 너구리가 처음 출시된 것이 1982년이니, 무려 30년이 넘게 먹어오면서도 이름에 대해 이렇다할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 더 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