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렇지 않게 "생리 중이야"라는 말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생리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대놓고 꺼내 놓기에는 왠지 모를 민망함이 따른다.
그래서 여성들은 "생리 중이야"라는 직접적인 말 대신 다른 표현을 사용한다. 생리라는 말을 숨긴 "그 날이야"라는 표현부터 "마법에 걸렸다", "마법에 걸렸다", "대자연님이 찾아오셨다" 같은 비유적이고 예쁜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그런데 생리를 생리라고 말하지 못하는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국제여성건강연합(IWHC)이 조사한 결과 전 세계적으로 '생리'를 다른 말로 표현하는 여성이 78%나 된다고 밝혀졌다. 또한 전 세계에서 '생리'를 다른 말로 바꾼 표현이 총5000가지나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나라에서는 "생리 중이야"를 어떻게 말할까?
1. 프랑스 "영국 군인이 상륙했다"
미국 독립 전쟁 당시 영국군은 붉은 군복을 입은데서 유래된 표현이다. 프랑스 여성들은 생리할 때의 느낌이 붉은 옷을 입은 군인이 상륙할 때랑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일까?
2. 브라질 "치코와 함께 있어"
'치코'는 브라질의 환경운동가이다. 아마존의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해 거대 자본에 맞섰던 그는 '잔혹'하게 암살당했다. 브라질 여성들의 "치코와 함께 있다"는 말은 그 만큼 생리가 견디기에 힘겹고 위태롭다는 뜻이 아닐까?
3. 미국 "플로 이모가 찾아왔어"
플로는 '흐르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플로우(Flow)'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흐르는 이모가 찾아왔어"라고 말은 아무리 남성이라도 왠만큼 눈치가 있다면 알아챌 수 있지 않을까?
4. 네덜란드 "토마토 수프가 너무 많이 익었다"
붉은 색의 토마토 수프를 너무 많이 익히면 생리했을 때의 모습과 비슷할까? 네덜란드에서는 토마토 수프가 너무 많이 익었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5. 독일 "딸기주간"
독일에서는 "딸기주간"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작고 달콤해서 귀여운 과일의 대표 격인 '딸기'로 '생리'를 대체한 독일 여성들의 센스가 돋보인다. "나 오늘 '딸기'주간이야"라는 말은 섬뜩한 느낌이 드는 다른 나라의 말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생리 중이야"라는 말을 하는게 어려운 건 우리나라 여성들만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여성들이 대체해서 쓰는 말들과는 달리 다른나라의 말들은 섬뜩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렇게 무서운 말들을 쓴다는 건 그만큼 '생리'가 고통스럽고 힘든 일이라는 증거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