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서 가장 유명한 '돈 버는 게임' 엑시인피니티가 위기에 봉착했다. 게임 코인의 현실 가치가 5개월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이유는 게임 내 경제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 이용자가 게임 코인을 안으로 소비하지 않고 대부분 밖으로 현금화만 하는 탓에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엑시인피니티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 등장한 돈 버는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의 게임 코인 가치도 2주 만에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임업계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돈 버는 게임의 지속가능성에 물음표가 찍힌 상황. 결국 돈 버는 게임의 방점은 돈이 아닌 '재미'에 찍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P2E 열풍 이끈 '엑시'…이젠 생계수단 아니다
엑시인피니티는 베트남의 스타트업 '스카이마비스'가 개발한 P2E(Play-to-Earn·돈 버는 게임)이다. 게임 속 전투를 통해 'SLP' 코인을 획득하고, 이를 코인 거래소에서 현금화할 수 있다.
제프리 저린 스카이마비스 창립자가 밝힌 게임의 월평균 수익금은 70만~100만원. 실제 필리핀에선 게임이 '생계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도 했다.
문제는 엑시인피니티에서 획득하는 SLP 코인 가치 하락이 가파르다는 것이다. 암호화폐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에 따르면 지난 7월 개당 403원 (0.34달러)을 기록했던 SLP 코인은 15일 기준 42원(0.0355달러)을 기록하며,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단순 계산해보면 엑시인피니티의 월평균 수익 역시 7만~10만원으로 떨어졌다는 이야기다. 실제 글로벌 게임 리서치 회사 나빅(NAAVIK)은 "지난 3개월 동안 경험이 풍부한 '선수' 이용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저숙련 이용자의 경우 엑시인피니티를 통한 소득이 최저 임금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 돈 버는 게임인데..."돈이 안 벌린다"
게임 코인의 가치 하락은 한국의 돈 버는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서도 나타난다.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한국 개발사 '나트리스'가 출시한 돈 버는 게임이다. 이용자는 일일 미션을 수행하면 '무돌 코인'을 얻을 수 있고, 이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현금화가 가능하다.
암호화폐 시세 확인 사이트 덱사타에 따르면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에서 활용하는 '무돌 코인'은 지난 1일 개당 165원을 기록했지만 15일 기준 15원까지 떨어졌다.
물론 무돌 코인의 가치 하락은 지난 12일 알려진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규제' 영향도 있지만 해당 사실이 알려지기 전인 11일에도 이미 개당 40원 수준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실제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 이용자들은 "출시 초반 30분에 1만원까지 벌었지만, 최근엔 2000원도 벌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 엑시인피니티, 지속 가능성 심판대로
이처럼 게임 코인의 가치가 지속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는 바로 '지나친 현금화'에 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에 따르면 엑시인피니티 개발사는 "이용자들이 게임에서 획득한 SLP 코인으로 새로운 몬스터를 육성하는 대신 현지 통화로 교환하는 방식을 점점 더 많이 선택했다"며 "이것이 SLP 토큰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돈 버는 게임에서 코인을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게임 속 자신의 캐릭터를 성장시키거나, 게임 밖으로 꺼내 현금화하는 것. 두 방법이 모두 활성화돼야 이른바 '토큰 이코노미'(경제 시스템)이 형성된다.
하지만 돈 버는 게임 이용자들은 정말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기 때문에 코인을 즉시 현금화하게 되고, 시장에 코인은 쏟아져 나오는데 정작 사겠다는 사람은 없으니 자연스레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블록체인 게임사 관계자는 "돈 버는 게임에서 경제 시스템이 작동되려면 이용자가 획득한 코인을 모두 돈으로 바꾸지 말고 게임에 쓰기도 하고, 게임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 코인을 사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며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으면 게임 코인 시세는 떨어지고, 결국 돈 벌기가 힘들어지면서 이용자도 떠나간다"고 설명했다.
◇ "돈 버는 게임도 재미가 먼저"
국내외 게임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돈 버는 게임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 지속 가능한 돈 버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면 '재미'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배동근 크래프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NFT(대체불가능한토큰)가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는 건 알고 있고, 저희 회사의 경우에도 NFT 트렌드가 게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방법에 대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게임 속 콘텐츠가 게임 밖에서도 가치를 가지려면 게임 자체의 재미가 본질적인 가치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게임이 매력적이지 않으면 NFT 아이템도 가치가 영원하기 어렵다"며 "NFT화를 선언하려면 게임의 재미를 확장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게 먼저다"고 강조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 두 가지 접근이 있는데, 하나는 암호화폐를 더 재미있게 거래하기 위해 게임을 접목하는 것과 또 하나는 재미있는 게임이 블록체인 기술을 껴안는 경우다"며 "모든 것은 재미있는 것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P2E)이라는 용어가 대세가 돼서 사용하고 있지만, 저에게 다시 용어를 정하라고 한다면 플레이 앤 언(Play & Earn)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싶다"고 했다. 돈은 따라오는 것일 뿐, 핵심은 '게임'에 있다는 이야기다.
[사진] 액시인피니티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