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토종 SNS' 싸이월드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2019년 10월 웹 서비스 전면 중단 이후 굳게 닫혀 있었던 '추억의 사진첩'이 순차적으로 열리면서 이용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첩 복원에 성공한 이용자들은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서 '#싸이월드' 인증샷을 남기는가 하면,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서도 자신의 과거 사진을 공유한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SNS'가 활성화된 상황 '토종 SNS' 싸이월드는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 SNS서 '#싸이월드' 인증 열풍
8일 IT업계에 따르면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서는 '#싸이월드' 인증샷 열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출시된 싸이월드가 봉인된 사진첩을 하나둘 복구시키면서, 이용자들이 본인의 과거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고 있는 것이다.
한 SNS 이용자는 "드디어 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전생을 보는 줄 알았다"는 글과 함께 빨간 뿔테 안경을 쓴 학창시절 사진을 게시했다. 또다른 이용자는 "추억과 소름 중 뭐가 먼저 돋을지 궁금했는데, 둘다 돋는다"며 당시 유행했던 컴퓨터용 카메라 '하두리캠'으로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일명 '싸이세대'라 불리는 2040세대들 사이에서는 카카오톡 채팅방을 통해서도 활발하게 과거 사진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장인 박모씨는 (30대·여) "오늘 아침 한 친구가 단체 채팅방에 중학교 시절 사진을 올렸는데, 알고보니 싸이월드에서 가져온 것이었다"며 "저도 싸이월드 앱을 내려 받고 사진첩 복구를 기다리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같은 입소문에 힘입어 싸이월드는 8일 국내 양대 앱마켓(구글플레이·애플앱스토어)에서 앱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안 보고는 못 배기는 슈퍼 콘텐츠 '과거 사진'을 앞세운 싸이월드가 초반 이용자 유입에 성공한 모습이다.
◇ '사진첩 복구 지연·콘텐츠 부족' 우려도
싸이월드의 목표는 명확하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글로벌 SNS'가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서 국내 유일의 '토종 SNS'로 과거의 명성을 재현하는 것. 다만 싸이월드의 '장기 흥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제는 '개발 속도'다. 이용자들은 싸이월드 앱에 접속해도 평균 3~5일을 기다려야 사진을 볼 수 있다. 단기간 급격하게 이용자가 몰린 탓에 개발사는 사진첩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사전에 많은 준비를 했지만 출시 초반 이용자가 몰려 서비스가 원할하지 못하다"며 "현재 요청 대기 건수를 감안하면 2~3일정도의 대기시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콘텐츠 부족 문제도 나온다. 그간 싸이월드는 "블록체인과 SNS가 융합된 새로운 서비스다"고 소개해왔다. 화상회의 및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메타버스' 공간을 마련하고, 사진을 대체 불가능 토큰(NFT)화 해 '돈 버는 싸이월드'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새로운 서비스'는 아직 싸이월드에 구현되지 않았다.
싸이월드가 '사진첩 복구 지연·콘텐츠 부족' 등의 문제를 드러내자 일각에선 '반짝 관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렇다 할 놀거리를 찾지 못한 이용자들이 '과거 사진'만 챙겨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 반짝 관심? 장기 흥행?
IT업계 종사자들은 싸이월드가 출시 초반의 반짝 관심을 '장기 흥행'으로 끌고 가기 위해선 개발력 강화가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싸이월드 과거 사진이 지인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보면, 출시 초반 흥행 몰이는 성공했다고 느껴진다"면서도 "다만 아직까지 '일부 이용자'에게만 사진첩이 열린 탓에 SNS의 핵심인 '소통'이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IT업계 종사자는 "메타버스·NFT 등 새로운 서비스가 빠르게 도입되지 않는다면, 이용자들이 사진만 챙겨 이탈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싸이월드가 다양한 콘텐츠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개발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말했다.
싸이월드 측의 설명에 따르면, 2015년 1월 이후 싸이월드에 접속했던 이용자는 앱에서 '휴면 계정'을 해제하면 평균 3~4일 후 사진첩을 볼 수 있다. 2015년 1월 이전에 싸이월드에 접속한 이용자들의 사진첩 복구는 이달 14일부터 순차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싸이월드의 메타버스 공간 '싸이월드한컴타운'은 곧 출시와 함께 SNS 싸이월드와 연동을 시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사진] 싸이월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