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양성평등 수준이 5년 전에 비해 개선됐으나 여전히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남녀에게 불평등한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 5년 전에 비해 '남녀가 평등하다'는 대답이 13.7%p 증가했지만 여전히 34.7%에 불과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전국 4490가구(8358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양성 평등 실태조사' 결과를 19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양성평등기본법' 제10조에 따라 양성평등 의식 수준 및 정책 수요를 수집해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 등 중장기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5년마다 실시하는 국가승인통계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 완화, 직장 내 성차별 관행 감소, 일·생활 균형 제도 이용 확산, 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제고 등 양성평등 인식·수준이 대폭 개선됐다.
2016년에 비해 남녀 모두 '남성은 생계부양, 여성은 자녀양육'이라는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이 크게 완화됐다. 여성에 비해 남성이, 연령이 높을수록 남성 생계부양책임, 직업의 성별분리 인식이 강했다.
가족 내 역할분담에 있어서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한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2016년 42.1%에서 2021년 29.9%로 12.2%p 감소했고,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도 53.8%에서 17.4%로 36.4%p 하락했다.
남녀의 지위 변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약화됐다. 같은 기간 '아내의 소득이 남편소득보다 많으면 기가 죽는다'와 '남성이 여성 밑에서 일하는 것이 불편하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각각 45.1%에서 30.8%로, 30.4%에서 23.5%로 변화했다.
양성평등수준을 체감을 묻는 질문에서는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높았으나 그룹별 격차가 컸다.
여성의 65.4%, 남성의 41.4%는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반면 여성의 6.7%, 남성의 17.0%는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응답했다.
5년 전에 비해 '남녀평등하다'는 대답은 13.7%p 증가(21.0%→34.7%),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9.2%p 감소(62.6%→53.4%), '남성에게 불평등하다'는 4.6%p(16.4%→11.8%) 감소했다.
성별, 연령대별로는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20~30대 여성은 70% 이상(20대는 73.4%, 30대 76.8%)이었으나, 남성의 경우 청소년(15-18세) 31.5%, 20대 29.2%, 30대 40.7%만이 이에 동의해 큰 격차를 보였다.
채용, 업무 배치, 승진 등에서 일어나는 성차별 관행이 소폭 완화됐으며 여성보다 남성이 더 많이 성차별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회사는 직원을 채용할 때 남성을 더 선호한다', '우리 회사는 남성이 하는 업무와 여성이 하는 업무가 따로 있다', '우리 회사에서 여성이 특정 직급이나 직위 이상으로 승진하는 데 암묵적인 제한이 있다'에 각각 33.9%, 39.0%, 24.5%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직원 채용 시 남성 선호 및 성별직무분리 관행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남성은 각각 45.6%, 46.1%인 반면, 여성은 각각 18.5%, 29.7%였다.
2016년과 비교했을 때 대체로 성차별 관행이 있다는 응답이 감소한 가운데, 채용 단계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여성의 인식은 증가했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우리 사회 양성평등 의식 수준 향상,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 폭력에 대한 민감도 증가는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 신호"라며 "다만 여성의 경력단절과 돌봄 부담 해소,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폭력 문제 개선 가속화 등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진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꾸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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