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요즘 가장 핫한 게임이 바로 '개복치'다.
갑자기 네티즌들이 개복치를 키우는 게임에 빠졌다. 정식 이름은 '살아남아라 개복치'. 새끼 개복치를 열심히 키우는 것이 이 게임의 목표다. 일본에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왜 하필이면 많고 많은 물고기 중에 개복치일까? 네티즌들은 '덩치는 쓸데없이 큰데 멘탈이 쓸데없이 약해서'가 주된 이유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올라왔던 '개복치가 죽는 이유 13가지'를 다시 한 번 복습해보자.
1. 아침햇살이 강렬해서 사망
2. 바닷속 공기방울이 눈에 들어가 스트레스로 사망
3. 바닷속 염분이 피부에 스며들어 쇼크로 사망
4. 물고기 뼈가 목구멍에 걸려서 사망
5. 새우나 게를 먹다가 껍질이 내장을 찔러서 사망
6. 근처의 동료가 죽은 것에 쇼크받아 사망
7. 근처의 동료가 죽은 것에 쇼크받아 사망한 것을 목격한 스트레스로 사망
8. 피부에 붙어있는 기생충을 떨구려고 물 위로 날아 올랐다가 수면과 충돌해 사망
9. 너무 바다 아래로 내려가 저체온증으로 사망
10. 일광욕 중 갈매기에게 쪼여서 사망
11. 자고 있다가 파도에 휩쓸려 육지로 떠밀리는 바람에 사망
12. 직진만 할 수 있어 바위와 충돌해 사망
13. 앞에서 다가오는 바다거북과 충돌할까봐 스트레스로 사망
이 13가지만 읽어봐도 개복치가 얼마나 연약한 존재인지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살아남아라 개복치'에서도 개복치를 살찌워서 키우기 위한 조심스러운 사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한 번 직접 해봤다.
게임을 시작하자, 설정은 굉장히 비장했다. '3억 개의 알에서 태어난 형제가 모두 죽고 혼자 남은 개복치를 키워라'. 대한민국 인구를 훌쩍 넘는 숫자의 개복치를 대표해서 잘 키워내야 하는 것.
설정에 비해 게임은 단순했다. 먹이를 먹고, 모험을 하고, 개복치의 살을 찌워 성장시키는 것. "뭐야 이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막상 키우기 시작하면 개복치를 성장시키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정말 잘 죽는다. 너무 어이없을 정도로 잘 죽는다.
게임 제작자는 '개복치가 죽는 이유 13가지'를 아주 잘 알고 있었던듯 하다. 말도 안되는 이유로 개복치가 죽는다. 단순히 먹이를 먹였음에도 불구하고 '오징어를 먹다가 질식해서 사망'한다거나, '새우 껍질이 내장을 찔러서 사망'한다는 자막이 심심치 않게 뜬다.
덕분에, 속칭 '쫄깃'한 맛은 게임 속에 제대로 녹아있는듯 하다. 오징어나 새우를 먹던 개복치가 '어…어…!!'하는 순간 게이머의 심장도 덩달아 쿵쾅거린다. '잠시 착각한 것 같다'는 자막이 뜨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그렇다면, 개복치가 크면 어떻게 될까? 아기, 젊은이, 개복치왕 등 다양한 레벨이 존재하지만, 진정한 끝판왕을 깨면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최종 진화, 번식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 엔딩은 굉장히 철학적이다.
이 게임은 게이머에게 묻는다. "어느 날 아침, 개복치는 자신에게 묻는다. 자신의 물고기 삶에서는 무엇이 중요한가?". 선택지는 단 두 개다. '모두로부터의 축복'과 '자유와 희망'. 굉장히 철학적인 질문이다. 속칭 'X고생'을 하고 키운 결과가 이것인가 싶어 약간 허탈할 수도 있다. 각 선택지에 따른 결과는 굉장한 스포일러일 가능성이 높으니 생략한다.
오늘도 네티즌들은 "그만 좀 죽어 제발"을 외치며 개복치를 키운다. 그래픽도 썩 좋지 않고, 게임도 단순하지만 중독성 강한 이 게임에 다들 빠진듯 하다. 우리에게 또다른 '월급도둑 툴'이 하나 생겼다. 이 땅의 모든 개복치 게이머들에게 건투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