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님 저는 눈이 없습니다"라는 드립이 법정에 섰을 때 도움이 될까? 

최근 온라인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립' 중 하나는 "판사님 저는…" 드립일 것이다. 특정 대상을 비방할 때나 문제에 휘말릴 수 있는 게시물에 댓글을 달 때 주로 쓰이며 "판사님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 "판사님 저는 아무 것도 못 봤습니다", "판사님 저희집 고양이가 친 겁니다" 등으로 다양하게 변형되어 사용된다. 
 

"판사님 저는…" 드립은 지난 2013년 SBS 다큐멘터리 '학교의 눈물'에서 공개된 창원지방법원 소년부 재판 모습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학교폭력 가해자로 법정에 선 청소년들은 애타게 "판사님"을 외치며 선처를 호소했고 이 장면이 캡처되어 퍼지면서 유행어가 된 것으로 문제가 커질 수 있는 '위험한' 게시글에는 어김없이 판사님 드립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판사들은 '판사님 드립'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악플러들이 재판장에 섰을 때 판사님 드립이 판결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아시아투데이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판사님 드립 자체는 문제 삼을 수 없지만, 악플과 함께 판사님 드립을 사용할 경우 변호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조롱의 의미가 더해져 양형 요소가 된다. 

재경지법에 근무 중인 A판사는 "'판사님, 저는 웃지 않았습니다'라는 댓글 하나만 놓고 봤을 땐 법적으로 처벌하기 힘들다. 하지만 타인에 대한 비방성 글을 작성한 후에 판사님 드립까지 함께 썼다면, 양형 요소로 판단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른 사람이 올린 악성 게시글에 자신이 판사님 드립만을 댓글로 남겼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자신이 악성 게시글을 올리고 판사님 드립까지 쳤다면 처벌이 더 무거워 지게 되는 것.
 

판사님 드립의 가장 큰 문제는 악성 게시글에 동조하는 의미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판사님 드립은 악성게시글에 암묵적인 동의를 하면서도 자신에게는 죄가 없다고 강조하는 댓글로, 악성 게시글에 대한 경각심을 무뎌지게 만들고 있다. 

판사님 드립은 '고소'가 만연한 인터넷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집단 반발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 당하는 것에 대한 반발로 판사님 드립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악플 피해자(당사자)에게는 큰 상처가 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