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일본의 100대 총리'에 기시다 후미오(64)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 취임한다.
29일 열린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선출된 그는 우파 성향이 강한 자민당 내에서는 '온건 보수파'로 통하지만 한일관계 사안에서는 '강경파'로 평가된다. 이에 향후 한일관계 전망을 두고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는 지적이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아베 신조 내각에서 4년8개월 동안 외무상직을 맡았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었던 2015년 12월28일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과 함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위안부 합의를 파기하면서 '합의' 주역인 기시다 전 회장과 이 문제를 놓고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일본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한국의 국제법·국제합의 준수'와 '한일관계 개선의 책임은 한국에 있다'는 기존의 입장을 계승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실제 그는 지난 24일 자민당 총재 토론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공은 한국에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독도 문제에 대한 발언도 한일 갈등 요소가 내제돼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자민당 총재 토론회에서 독도 문제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도 문제가 ICJ에 회부되려면 반드시 한일 간 선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즉 일본이 일방적으로 제소하더라도 우리가 응하지 않는 한 재판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1991년 ICJ 발효 시 'ICJ의 강제관활권'을 수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ICJ 회부 주장을 하는 것은 '단순한 국내용' 또는 '국제 여론 환기용'이라는 시각이 제기된다.
아울러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시기와 상황에 따라 참배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그는 또한 외무상 시절인 지난 2015년 7월 군함도 등 조선인 강제노동이 자행됐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유네스코 등재 하루 만에 이른바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일본 정부 대표인 사토 구니 주유네스코 대사가 조선인 강제노동이 있었음을 인정했는데,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다.
단 기시다 전 정조회장이 한국과의 안보협력을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를 '고리'로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동력'이 마련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일관계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안보문제를 두고 우리를 빼고 미일 양자만 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북한 요인이 한미일 3각 협력을 가깝게 하는 '효과'도 있다. 일본이 이를 기대한다면 기존 역사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와 대화를 할 여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결선투표에서 총 429표(유효표 427) 중 257표를 받아 27대 자민당 총재에 당선됐다.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 담당상은 170표를 받았다.
이에 앞서 진행된 1차 투표에서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고노 담당상을 1표차로 이겼지만, 과반 득표(383표)를 얻지 못해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사진] 자민당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