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여파로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형태로 군사훈련을 진행 중인 가운데, 항공사들이 인근 항로를 우회하거나 취소하고 있다고 5일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4일 낮 12시부터 대만 전방위 6곳에서 해·공상 군사훈련을 실시 중이다. 수십 대의 항공기가 배치되고 실탄 사격 훈련이 이어지는 사상 최대 규모 훈련으로, 긴장이 한껏 고조돼 있다.
중국군이 민간 항공편 통행을 금지한 대상 공역은 비교적 크지 않지만, 이번 사태로 인한 혼란은 동남아시아와 동북아 사이 교통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과 6일 서울-타이베이 노선 운항을 취소했으며 7일 비행도 연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예정한 이번 군사훈련 종료 시점은 7일 낮 12시(한국시각 1시)다.
싱가포르 항공은 이날 싱가포르-타이베이 노선 운항을 취소했으며, 추가 조정이 필요할지 상황을 계속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은 타이베이행 항공편을 정상 운항하고 있지만, 홍콩과 동남아행 항공편 및 이들의 영향을 받는 영공을 우회하고 있다고 항공사 관계자는 전했다.
홍콩 캐세이퍼시픽항공은 전날(4일) 대만 주변 지정 영공 구역을 우회 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항공기추적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중국 중화항공과 대만 에바항공은 이날 오전까지 대만을 오갔고, 필리핀 항공과 미국 화물운송사 페덱스(FedEx), 유피에스(UPS)는 우회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에미레이트 항공 웹사이트에는 타이베이 비행이 정상 운항 예정으로 나와 있다.
비행위험 정보 등을 제공하는 항공자문회사 옵스(OPS)그룹은 "중국의 군사 훈련이 동남아와 동북아 사이 주요 루트에 영향을 미쳐 우회 운항이 불가피, 비행 시간과 연료가 더 들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번에 영향을 받는 영공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북한, 이라크, 시리아 등 현재 우회 운항 중인 다른 지역 상공과 비교하면 글로벌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로이터는 부연했다.
예를 들어 러시아 영공을 우회하면 핀란드-일본 비행시간은 거의 4시간이나 늘어나는데, 대만 우회 비행은 그 정도의 피해를 초래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
한편 대만 당국은 중국이 군사훈련을 예고했던 지난 3일 인근 일본, 필리핀과 대체 항공노선을 찾기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대만중앙통신(CNA)은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이번 군사훈련은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지난 2~3일 타이베이를 방문한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전날(4일) 12시부터 타이완 섬 북부와 북동부, 동부, 남부, 서부 및 남서부 등 6곳 해·공역에서 실시되고 있다. 특히 이번 훈련은 1996년 대만해협 위기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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