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럽다'는 말은 흔히 '정신없다"는 뜻으로 쓰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의하면 "급하게 서두르거나 시끄럽게 떠들어 어수선하다"고 풀이하고 있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부산스럽다는 말 때문에 다툼이 일어났다는 에피소드가 여럿 있죠.
대표적인 것이 "나 부산 사람인데, 이 말 때문에 기분 나쁘다"는 것입니다. 부산이라는 지역과 아무런 상관없는 말인데, 마치 부산스럽다는 말이 부산 지역의 특성을 표현한 말처럼 쓰여서 기분이 나쁘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지역 비하 표현이라는거죠.
부산스럽다는 말은 정말로 부산 지역과 관련이 없는 걸까요?
오펀이 궁금해서 한번 추적해봤습니다.
1.기원은 몹시 불분명하다
이 말이 언제부터 쓰이기 시작했는지는 불분명합니다.
사실, 이 말의 기원을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정체 불명의 표현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산하다, 부산스럽다, 부산을 피우다, 부산을 떨다와 같이 다양한 동사형과 형용사형으로 파생되어 사용되고 있죠.
다만, 국립국어원에서는 2018년 이 말의 기원에 대해 묻는 질문에 아래와 같은 답변을 한 적이 있죠.
" '부산'과 한자어 지명인 '부산(釜山)'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동음이의어'입니다."
그리고 인터넷에서 떠도는 출처 불명의 정보에 의하면 이 표현은 19세기에 처음 문헌에서 발견된다는 말도 있습니다.
따라서 국립국어원의 설명 역시 정확한 것인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2.부산스럽다를 한자로 풀면 이렇게 된다
부산스럽다의 어원을 한자로 유추해보면 이렇게 됩니다.
부 : 浮(뜰 부)
산 : 散(흩을 산)
많은 한글 표현이 한자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산도 일단은 먼저 한자로 풀어봤습니다.
뜰 부(浮)는 대부분 부정적인 표현으로 많이 씁니다. 대표적인 것이 부랑자(거처없이 떠도는사람), 부박(마음이 들뜨고 경박함) 등에서 이 한자를 쓰죠.
흩을 산(散) 역시 부정적인 표현이 많습니다. 혼비백산, 풍비박산 등의 산이 바로 이 흩을 산이죠.
따라서 처음 이 표현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한자의 조합으로 탄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부산하다가 부산(浮散)에서 왔다면 그 뜻이 유사하기 때문이죠. 안정감이 없이 들뜨고 산만하다는 뜻이니, 실제 우리가 쓰는 부산하다는 뜻과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표현이 한자에서 유래됐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한자어에서 시작된 표현일 경우, 지역명인 부산(釜山)과의 연관성은 확실히 우연으로 보입니다.
3.한국전쟁과의 연관성
그렇다면 이 표현은 정말로 경상남도 부산(釜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걸까요?
일말의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6.25전쟁, 즉 한국전쟁 때문이죠.
한국전쟁은 발발 직후 파죽지세로 밀려 온국민이 한때 낙동강 이남, 즉 지금의 부산 일대로 몰려가 피난생활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해 서울을 탈환하기까지 무려 1023일 동안 사실상 대한민국의 수도 역할을 부산이 수행했던거죠.
도시의 인프라가 밀려드는 피난민의 수에 비해 턱없이 작았던 당시 부산지역은 거주할 땅도 부족하고 물자도 부족하고 모든 것이 부족한 상태에서 40만 명이 넘는 피난민들을 수용했습니다.
당시의 부산은 그야말로 '부산스럽다'는 표현이 걸맞는 장소였죠. 당시의 부산은 안정감이 없고 들뜨고 산만하고 복잡했습니다.
따라서 부산스럽다는 표현이 최초에는 한자에서 비롯된 표현일 수 있지만, 이 표현이 많이 사용하게 된 계기는 바로 이 한국전쟁 당시 부산의 상황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부산스럽다는 표현의 어원을 추적하기 어려운 이유가 이전의 용례는 거의 찾기가 어렵고 갑작스럽게 한국인들의 생활 언어에 등장했기 때문인데, 그 시기가 대략 이 시기와 맞물리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죠.
결론적으로, 오펀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부산스럽다는 표현은 최초에는 한자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대중적인 사용이 되고 있지 않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고 부산이 수도 역할을 할 당시부터 대중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표현을 지역 비하 표현으로 생각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부산의 특정 시기를 표현하는 것에서 유래됐다고 하더라도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된 표현일 뿐이지 현재의 부산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죠.
다시 말해, 현재의 부산을 비하하는 표현일 가능성은 어떻게 생각해 보더라도 전혀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