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유럽의회를 통과한 EU의 새로운 저작권지침(Copyright Directive)이 전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 저작권지침은 처음 제안될 때부터 큰 이슈가 됐던 사안으로, 이미 전세계 테크리더들과 거대 IT기업들의 반대로 7월 1차 독해 때 한차례 기각됐던 바 있다.
그러나 이번 2번째 올라온 수정 사안이 찬성 438, 반대 226, 기권 39표로 압도적인 표결로 통과되자, 전세계가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특히, 이 법안으로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구글은 전면적인 반대에 나섰다.
<논란의 11조와 13조>
논란의 중심은 11조와 13조로 각각 '링크세' 부과와 '업로드 필터' 요구 조항이다.
'링크세'로 불리는 11조는 플랫폼 사업자가 기사를 링크할 경우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조항으로 플랫폼 사업자들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일부 언론사의 경우는 자사의 이익이 된다는 이유로 찬반이 엇갈리는 대목.
반면, '업로드 필터' 13조는 엄청난 파장을 낳으며, 전세계적인 반대 움직임에 직면했다.
소규모 사업자를 제외했다고는 하지만, 모든 플랫폼이 불법 저작물이 업로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일종의 컨텐츠 ID를 도입하라는 내용으로, 이 단계에서 필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발생하는 모든 비용적 문제는 플랫폼이 지불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렇지 않아도 유튜브같은 플랫폼의 필터링 시스템은 크리에이터들에게 현재도 까다로운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만일 EU의 저작권법이 발효된다면 유튜브에 올릴 수 있는 영상 컨텐츠는 사실상 극히 일부만 남게 되며, 지금까지 업로된 된 상당수의 영상은 차단이 불가피하다.
이로 인해 인터넷의 표현의 자유는 물론,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에 직격탄을 안겨 줄 그야말로 메가톤급 사안인 것.
<우리가 아는 인터넷은 없어진다>
만일 이 법안이 내년 1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성장하면서 지켜온 정보 공유의 가치는 사라지고 패러디와 리믹스 등 인터넷 밈이 사러져 더이상 창조적인 인터넷 문화 현상을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터넷의 TCP/CP 전송 프로토콜을 개발한 빈트 서프와 월드와이드웹의 창시자인 팀 버너스 리 등이 이 13조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인터넷을 파괴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유도 이 법안이 가진 파괴적인 위험성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인터넷의 저작권은 특정인의 이익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것을 일정 부분 보류하는 것으로 전체 공동체의 이익을 확대해나가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카피라이트에 반대되는 카피레트프 운동이나 CCL 캠페인, 공정사용, 링크경제권 등 인터넷은 오프라인에 비해 보다 진보적인 저작권 개념을 바탕으로 2차 컨텐츠의 생산을 일반적으로 허용하며 표현의 자유 및 창의성을 발전시키는데 주력해온 것.
모두가 동의해 온 이러한 인터넷의 가치를 파괴하려는 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충격과 더불어 비현실적인 느낌에 빠져들고 있다.
그렇다면, EU는 대체 왜 이런 상식을 벗어난 무리한 저작권법을 추진하려고 하는걸까.
<EU는 왜 이런 짓을 하는 걸까>
영국과 미국의 SNS에선 이 법안을 두고 'EU의 치졸한 권력 게임'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인터넷을 통한 경제권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 지배당한 EU의 입장에선 최근 미국의 통상 교역 대결에서 수세에 몰리자, 인터넷 경제권에서 가장 큰 지배자 기업을 가진 미국에 대항해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짜낸 궁여지책이란 것.
문제는 이것이 EU의 인터넷 경제권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방안이라고는 하지만, 전세계 인터넷 발전의 기본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벽을 세우는 '악법'이라는 점에 있다.
한마디로, '인터넷이 어찌되든 말든 우리 EU의 이익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치졸한 마인드에서 출발한 법안이라는 것.
실제로 지난 5월 발효된 EU의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GDPR)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의 EU내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만들었다는 비판도 강하다.
GDPR이 발효되자마자, 구글과 페이스북이 제소를 당하고 수많은 미국의 언론사들이 유럽 서비스를 중단했던 것도 그 효과를 방증한다.
<EU의 저작권은 악법이다>
따라서 이번 저작권법의 통과가 압도적인 표결로 통과된 것은, EU의 이익을 위해 인터넷의 문화적인 가치와 경제적 균형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치졸한 시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EU내 언론사들의 이익을 위해 페이스북과 구글뉴스에 링크세를 부과한다는 발상은 링크 경제권으로 성장해 온 인터넷의 역사와 환경을 부정하는 최초의 악법으로 기록될 것이며, 13조의 업로드 필터 요구 조항 역시 전세계 크리에이터들의 활동이 중단되든 말든 상관없이 유튜브 같은 거대 플랫폼을 없애고 자국의 서비스를 키우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에 불과하다.
EU가 만든 저작권지침이 인터넷과 세계에 미칠 영향을 봤을 때, EU는 자신들의 이익 때문에 눈이 멀었다.
확실히 이것은 제정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