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전부터 누군가 자신의 차량에 돈과 먹을거리를 놓고 간다며 경찰에 신고한 차주는 자조치종을 알게 되자 눈시울을 붉히며 돈을 돌려줄 수 밖에 없었다.
통영경찰서 광도지구대는 지난 14일 “누군가가 자신의 차량 손잡이에 5만원 지폐와 함께 과자와 떡 등 먹을거리가 담긴 봉지를 자꾸 끼워두고 간다”는 한 차주의 신고를 받았다.
이 차주는 “2번 이상 꼬깃꼬깃 접은 5만원짜리 지폐가 손잡이 틈에 끼어 있고 과자나 떡이 담긴 비닐봉지가 두 겹 이상 꽁꽁 쌓인 채 차 옆에 놓여 있는 일이 지난 2월부터 5차례 이상 반복돼 신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근처 CCTV를 통해 마을에 혼자 사는 86세 할머니의 행동이었음을 확인했다.
거동이 불편한 한 할머니가 힘겨운 걸음으로 와 차량 문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확인하고 며칠간의 탐문을 거쳐 통영시 명정동에 있는 이 할머니의 집을 찾았다.
확인 결과 치매 증상이 있는 이 할머니는 집 앞에 빨간 승용차가 있을 때마다 아들이 주차해 놓은 것으로 잘못 알고 아들을 위해 모아둔 용돈과 군것질거리를 차에 두고 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 할머니는 오래전 남편을 잃고 홀로 아들을 키운 사연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 탓에 아들에게 초등학교 공부밖에 시키지 못한 미안함과 죄책감을 평생의 아픔으로 간직하고 있었다.
몇 년 전까지 할머니 집 근처에 살다 지금은 타지에 머무르고 있는 아들은 평소 빨간색 승용차를 몰고 다녔는데, 공교롭게도 신고자 차량이 빨간색 승용차였다.
광도지구대 한동형 순경은 “이 할머니는 아들이 떠난 주차 자리에 다른 차가 주차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아들과 같은 빨간 차가 주차돼 있으면 음식과 쌈짓돈을 두고 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얘기를 나누면서도 아들에게 공부 못시켜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해 눈시울이 붉어졌다”고 말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신고자는 할머니에게 받은 돈 21만 원을 돌려줬다.
경찰은 할머니에게 해당 차량이 아들 차가 아님을 알려주면서 사건을 종결지었다.
마을주민은 할머니가 이전에도 비슷한 행동을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무조건 빨간 차만 보이면 자기 아들 차로 알고 ‘아이고 얘야 내려와라, 덥다’고 말해요. 아무도 없는데”라고 했다.
먹먹한 사연에 네티즌들은 “부디 건강하세요. 주변 분들도 신경써주셨음 좋겠다.”, ”아무 것도 기억 못하실 텐데 아들은 잊지 못한 부모의 마음이 느껴진다”, “자식일때는 부모가 못해준것만 기억나고 부모가 되니까 자식한테 못해준것만 기억나더라.” 등 할머니의 모정이 느껴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