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속에서 한국인 10여 명을 살린 카자흐스탄 출신 노동자 알리(28) 씨가 'LG 의인상'을 받는다.
LG복지재단은 강원 양양군 양양읍 구교리 원룸 주택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불길에 뛰어든 알리씨를 의인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외국인이 의인상을 받은 것은 2017년 스리랑카 국적 의인 니말 씨에 이어 두 번째다.
알리씨는 지난달 23일 밤 11시 22분께 친구를 만나고 귀가하던 중 자신이 거주하던 3층 원룸 건물에서 불이 난 것을 발견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입주민 10여 명을 대피시켰다.
알리 씨의 재빠른 대처 덕분에 건물 안 주민 10여명이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다. 다만 한 명이 목숨을 잃어 알리씨를 안타깝게 했다. 알리씨는 주민을 구하지 못한 자책감에 한동안 시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층에 살던 여성을 구조하려다가 목과 손에 2, 3도 화상을 입었으나 불법체류자 신분인 까닭에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다행히도 그의 사정을 뒤늦게 안 장선옥 양양 손양초등학교 교감을 비롯한 이웃의 도움으로 서울의 한 화상전문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장 교감은 주민과 함께 모은 700여만원으로 알리씨의 치료를 돕고 양양군에 의사상자 지정을 신청했다.
알리씨는 카자흐스탄에 있는 부모, 아내, 두 아이를 부양하려고 3년 전 관광비자로 한국에 와 공사장 일용직으로 일해왔다.
LG복지재단 관계자는 "자신의 안전과 불법체류 사실이 알려지는 것보다 사람들을 살리는 것이 먼저라는 알리씨의 의로운 행동으로 더 큰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면서 의인상을 주기로 한 이유를 밝혔다.
LG 의인상은 2015년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라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했다. 구광모 회장 취임 이후 수상 범위를 우리 사회에 귀감이 될 수 있는 선행과 봉사를 한 시민들까지 확대했고 수상자는 현재까지 총 121명이다.
LG의인상을 받은 이에게는 상금 지급기준에 따라 최소 1천만원에서 최대 5억원까지 상금이 주어지며 LG 채용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알려졌다.
한편 알리씨에게 영주권을 주자는 국민청원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등 알리씨를 돕자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알리씨가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퇴원 후 통원 치료 중인 알리씨는 다음 달 1일 본국으로 출국해야 한다. 치료 과정에서 불법체류 사실을 법무부에 자진신고했다. 신고는 출국을 전제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