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시가 일본에 '코로나19' 관련 방역용품을 지원했다는 소식에 일부 네티즌들의 비판이 쏟아지자 주낙영(58·남) 경주시장이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면서도 이해를 구한다"며 장문의 글을 남겼다.
경주시는 지난 17일 자매결연 도시인 일본 나라시와 교류도시인 교토시에 각각 비축 방호복 1200세트와 방호용 안경 1000개씩을 항공편으로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경주시는 이달 말까지 자매결연 도시인 오바마시, 우호도시인 우사시와 닛코시 등 일본 3개 도시에 방호복 각 500세트와 방호용 안경 각 500개를 지원할 예정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어려울 때 돕는 것이 진정한 친구이자 이웃이다. 누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지금은 한일 양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난 2018년 일본 나라시 명예시민이 됐다.
주낙영 시장은 그해 11월 2일 일본 나라시에서 열린 동아시아지방정부회합 환영 만찬에서 나카가와 겐 나라시장으로부터 '특별명예 시민증'을 받았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사이 외교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시점에서 부적절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네티즌들은 "우리 세금으로 왜 일본을 도와주냐", "그냥 일본 가서 살아라" 등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2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주 시장은 "최근 우리 경주시가 자매·우호도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본의 나라시와 교토시에 방역물품을 지원한 데 대해 밤사이 엄청난 비난과 공격에 시달렸다"며 "토착왜구다, 쪽발이다, 정신 나갔냐, 미통당답다 등등 평생 먹을 욕을 밤사이 다 먹은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주 시장은 이번 물품 지원이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경주 지진 당시 일본을 비롯한 해외 자매 도시들로부터 도움받은일화를 상기했다. 코로나19 당시 중국 우호 도시들로부터 방역물품을 지원받은 사실도 밝혔다.
주 시장은 "지금 일본은 비닐 방역복과 플라스틱 고글이 없어 검사를 제때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럴 때 대승적 차원에서 도움을 주는 것이 문화대국인 우리의 아량이고 진정으로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닐까?"라고 되물었다.
이 같은 입장문에도 네티즌들의 비판이 끊이지 않자 주 시장은 결국 입장문을 삭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