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 대유행병 '팬데믹'으로 선언된 지 18개월째에 접어들면서, 여러 나라들이 이른바 '위드 코로나(living with Covid)'라는 공존형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코로나19 퇴치가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고, 확진자 추적보다는 중증 치료와 사망 예방에 집중하며 정기적인 백신 접종으로 독감 같은 계절병이나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처럼 코로나를 다룬다는 전략이다.
봉쇄와 거리두기 등 각종 규제로 지속 발생하는 경제적·사회적 규제 비용이 과도해졌다는 현실 인식도 배경이 됐다. 다만 델타 변이 유행 등 재확산이 심화하는 만큼 방역 해제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6일(현지시간) CNN은 높은 백신 접종률을 기반으로 과감하게 위드 코로나를 시도 중인 5개국을 지목, "그들의 전략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각국의 현재 상황을 조명했다.
◇덴마크, 방역 해제 선언
덴마크는 지난 10일부로 방역 수칙을 전면 철폐했다. 코로나19는 더이상 사회를 위협하는 중대한 질병이 아니라고 선언하면서다.
덴마크인들은 이제 백신 여권(접종 증명서) 없이 자유롭게 클럽과 식당을 드나들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를 쓰지 않는다. 제한 없는 대규모 모임도 가능하다. 근본적으로 팬데믹 이전의 삶으로 돌아간 것이다.
비결은 높은 백신접종률이었다. 전체 인구의 74.3%(아워월드인데이터, 15일 기준)가 2차 주사까지 완전히 맞았다.
매그너스 휴니케 덴마크 보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감염률이 현재 0.7%까지 내려왔으며 계속 감소하고 있다"면서 "백신과 시민 여러분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인구 규모가 580만 명 정도인 덴마크는 올해 1월 하루 확진자가 3000명을 넘는 대유행을 겪었지만, 이제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찾았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전일 신규 확진자는 313명, 사망자는 2명이다. 덴마크의 누적 확진자는 35만3744명, 누적 사망자는 2619명이다.
◇싱가포르, 델타 변이 기승에 연일 최다 확진
싱가포르는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위드 코로나 로드맵을 발표한 나라다. 당시 싱가포르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는 "나쁜 소식은 코로나19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고, 좋은 소식은 코로나19와 함께라도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강력한 방역 모델인 '감염 제로'를 유지해오던 싱가포르 당국은 지난달부터 백신 완전 접종자의 식당 취식을 허용하고 모임 제한도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완화하는 등 점진적 위드 코로나 준비 단계에 돌입했다.
그러나 최근 전염력 강한 델타 변이 유행으로 추가 규제 완화는 중단된 상태다. 싱가포르는 지난 13일 신규 확진자가 607명 발생, 고강도 방역이 한창이던 작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연일 증가세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590만 규모 싱가포르의 전일 신규 확진자는 910명이었다. 그나마 사망자가 없던 것에 위안을 둬왔지만, 전일엔 사망자도 1명 나왔다.
지난주 싱가포르 코로나19 태스크포스는 감염자 추적과 고위험 직군 의무 검진 등의 조치를 취하되, 재유행이 억제되지 않으면 규제를 다시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은 7만4848건, 누적 사망은 59건이다. 백신 완전 접종률은 81%다.
◇태국, 백신 접종 느리지만 방역은 해제
태국은 사실 감염세가 심각하지만, 국가 경제 주요 부문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을 되살리기 위해 위드코로나를 택했다.
지난주 태국 당국은 10월부터 수도 방콕을 비롯해 주요 관광지를 외국인 여행자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표적인 여행지 푸껫은 7월1일부터 백신을 맞은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격리 없는 입국을 허용하고 있으며, 같은 달 15일부터 이를 코사무이, 코팡안, 코따오 등 이른바 '사무이 플러스' 섬으로 확대 실시했다.
태국은 국가 전역 봉쇄에 가까운 고강도 방역 조치로 지난해엔 '청정국' 지위를 유지했지만, 올해 델타 변이 유행을 세게 겪고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7000만 규모 태국의 전일 신규 확진자는 1만3897명, 사망자는 188명 발생했다. 그나마 하루 3만 명에 육박하던 지난달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감염세가 심각하다.
백신 접종률도 상대적으로 낮다.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태국의 백신 완전 접종률은 19%로, 세계 평균(30.7%)에 한참 못 미친다.
◇남아공, 규제 완화하지만 델타 위협 여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팬데믹 초반 강력한 변이주 '베타'가 출현할 정도로 확산세가 심각했지만, 최근 감염률이 감소하면서 일부 규제를 완화하기 시작했다.
전국 야간 통행금지 시간은 오후 11시~새벽 4시로 단축됐고, 대규모 모임 허용 인원도 실내 250명, 실외 500명까지 늘렸다. 주류 판매 규제도 완화됐다.
남아공이 이전엔 장례식을 제외한 모든 모임을 금지하고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했던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희망은 지역 내에선 상대적으로 높은 백신 접종률이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지난 12일 규제 완화를 발표하면서 "성인 인구 전체가 맞을 백신을 확보했고, 4분의 1은 1차 이상 백신을 맞은 상태"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라마포사 대통령은 "감염력 높은 델타 변이로 인한 파괴적인 3차 유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모두가 백신을 맞고 남은 방역 수칙을 잘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인구 6000만 규모 남아공의 전일 신규 확진자는 4214명, 사망자는 310명이다. 누적 확진과 사망은 각각 287만3415건, 8만5779건이며, 백신 완전 접종률은 13%다.
◇칠레, 완전접종률 87% 자랑하며 관광 재개 박차
칠레는 성공적인 백신 접종 정책으로 국제사회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칠레 국민 73.7%가 백신을 완전히 맞았는데, 이는 접종 대상의 약 87%에 달한다고 칠레 보건부는 발표한 바 있다.
칠레는 몇 달 전 높은 백신 접종률에도 감염률이 치솟으며 국가 봉쇄까지 겪었다. 남미는 델타 변이 외에도 페루발 람다 변이와 콜롬비아발 뮤 변이가 기승을 부리는 지역이기도 하다.
다행해 최근 확산세가 가라 앉았고 논란이 된 중국 시노백 접종자들을 시작으로 부스터샷도 개시했다.
이번 주부터는 시노백 백신 접종 연령을 6세 이상으로 확대하며 아동·청소년 접종도 진행 중이다.
아직 변이주의 위협이 계속되고 있긴 하지만, 칠레 정부는 남반구 하계 시즌에 맞춰 내달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국가 문을 적극 연다는 방침이다. 특정 요건만 충족하면 5일 격리 기간을 거쳐 입국이 가능해진다.
관광 재개 이후에도 코로나 상황이 잘 관리되면 방역 수준은 더욱 완화될 전망이다.
호세 루이르 우리아르테 보건차관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칠레에 올 수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첫 단계이며, 보건 상황이 잘 유지되면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1900만 규모 칠레의 전일 신규 확진자는 587명, 사망자는 32명 발생했다. 누적 확진과 사망은 각각 164만5820건, 3만7293건이다.
[사진] 픽사베이, 온라인커뮤니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