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여자 테니스 스타 펑솨이가 20일 보도된 싱가포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성폭행당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의혹은 계속되고 있다.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는 펑솨이의 인터뷰에 성명을 내고 "검열이나 강요 없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그의 안녕에 대한 상당한 우려가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성폭행당한 적 없다는 펑솨이의 고백이 중국 당국의 강요에 의한 것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은 발언이다.
펑솨이의 이번 인터뷰가 중국 당국의 통제 또는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면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이를 통해 논란이 사그라들길 바랐을 당초 목적은 실패한 셈이다.
WTA는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에 보낸 이메일에서 "당초 우려를 낳았던 그의 성폭행 혐의에 대해 검열 없이 완전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수사를 촉구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WTA는 펑솨이 사태와 관련 중국과 홍콩에서의 WTA 대회 개최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펑솨이가 올렸던 글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WTA에 "스포츠의 정치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펑솨이는 이날 싱가포르 언론 연합조보가 올린 영상에서 "먼저 극도로 중요한 한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며 "나는 누군가가 나를 성폭행했다고 말하거나 쓴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펑솨이는 빠르게 삭제됐던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린 글에 대해 "사적인 문제"라고 말하며 "사람들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복식 우승자인 펑솨이는 지난달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이 장가오리 전 중국 부총리에게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강요당했다고 폭로했다.
이 글은 게재 후 30분 만에 삭제됐고, 이후 펑솨이의 실종설이 제기됐다. 펑솨이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테니스계 스타들과 유엔, 미국 정부 등이 나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폭로 후 실종설이 제기된 펑솨이와 영상 통화를 하기도 했다.
펑솨이는 이날 영상에서 지난달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에게 개인적으로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는 편지를 썼으며 관영언론이 이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 정확하다고 밝혔다.
앞서 중국 관영 CGTN방송은 지난달 18일 펑솨이가 작성한 이메일이라며 성폭행 사실을 부인하고 자신은 안전하다는 내용의 글을 공개했다.
사이먼 회장은 당시 펑솨이가 실제로 이메일을 작성했거나 이메일의 내용을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펑솨이는 바흐 위원장과의 영상통화에 대해서도 "베이징에 있는 집에서 통화를 했다"면서 "IOC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바흐 위원장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왕야추 중국 담당 연구원은 트위터를 통해 "IOC가 펑솨이 사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선전을 적극적으로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진] 환구시보 캡처